계절 저문 자리에

이제 다시, 시작 : 가을과 겨울 사이

by 고미


이렇게 정 없을 일이야

온다는 말도, 간다는 기척도 없이

계절이 차례를 바꾼다


순간 된바람에

허리 한번 펴지 못한 나뭇가지

부서질 듯 휘청인다

떠밀린 낙엽들

버석일 틈도 없이

겨울에 갇혀 버렸다


서슬 시퍼런 서릿발에

서걱서걱 몸을 비틀다

눈을 피한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모른 척 바람 탓을 한다


잎 떠난 자리

하얀 눈꽃도 정신없기는 마찬가지

바람이 거친 숨소리를 낼 때마다

부르르 파르르

닿을 듯 말 듯

쓸리고 아리다


잿빛에 재를 더한 하늘의 속 시커멓다

놓친 것이 아쉬운지

기다림이 지쳤던 건지

내 속만

허,

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