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다정함이라면 좋지않은가

나의 소소한 제주 일상 : 한해를 마무리하며.. [넌 특별하단다]

by 고미
못난 나를 이기는 건 완벽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나를 이해하고, 조금씩 다독이며 함께 살아 가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답지 못한 순간'을 부끄러워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나'일 수 있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다시 다짐하는 과정의 반복일지라도, 그 안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한 걸음씩 나아가는 존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그렇게 나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연습을 해나갈 때, 과거는 더 이상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아니라 내 길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 디딤돌이 된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후회에 지지 않고 오늘을 사는 일_중


연말 느낌은 나지 않지만, 이렇게 늬엿뉘엿 한 해가 간다. 하루하고 조금 더 남은 시간 어느 즈음에 서점에 갔다.

오래된 루틴 중 하나다. ‘휴식’이라고 써놓고 적당히 머리를 비우며 책냄새 사이에서 길을 잃는 건. 정신을 차렸을 때 손에 뭔가가 들려있다. 언젠가는 필사책이, 언젠가는 뜨개질 가이드북이, 또 언젠가는 유럽 어딘가의 안내서였다.

그 중 내 것이 된 것도 꽤 된다. 서점에 다녀온 흔적으로 집 곳곳이 책 투성이다.

이번은 그림책이다. 동화라고 하기엔 그림 비중이 큰 책을 손에 쥐고 먼저 골랐던 책들을 조용히 제자리로.


맥스 루카도의 <넌 특별하단다>. 십수년 전 수백번은 읽었던 책이다. 아이가 크고 그동안 모아뒀던 그림책 300 여권을 위탁가정 아이들 돌보며 공간에 기증할 때도 따로 빼뒀을 만큼 애정이 컸던 책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웸믹이라고 불리는 작은 나무 사람 ‘펀치넬로’를 따라 흘러간다.

펀치넬로가 사는 마을에서는 잘난 친구에게는 금빛 별표, 실수하거나 평범해 보이는 친구에겐 잿빛 점표 스티커를 붙이는 문화가 있다. 등이 구부정하고 재주도 없고 잘 생기지않은 펀치넬로에게는 잿빛 점표 뿐이었다. 그 것이 슬펐던 펀치넬로는 스티커가 전혀 붙지 않는 특별한 나무 사람 루시아를 만나고, 결국 자신을 만든 조각가 엘리를 찾아가면서 “나는 나로서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내용을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그린다.

펀치넬로야,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나는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그 누구도 펀치넬로를 만든 이 목수 아저씨와 같은 표정으로 펀치넬로를 바라본 적은 없었어.
그 표는 네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붙어 있는 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기는지 알게 될수록 너는 그 표들에 신경을 덜 쓰게 될 거야.
이제부터 날마다 나를 찾아오렴.그러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내가 너를 만들었고, 너는 아주 특별하단다.나는 결코 좋지 못한 나무 사람을 만든 적이 없어.
#맥스 루카도 #넌 특별하단다_중


읽을 때마다 결은 다르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었다. 외모나 재능, 배경을 따지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엔 상관없이 자신이 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인지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뭉클했다. 아이를 안고 ‘엄마에게 넌 특별하단다’도 말해주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읽기의 느낌은, 달랐다.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위로에 더해 몇년 컨설팅하면서 만난 팀들에게 남겼던 메시지같은 것이 겹쳐지며 몇 번인가 울컥했다.


비율을 따지자면 ‘예비’를 많이 만났다. 마치 펀치넬로처럼 ‘잘한다 별표’보다 ’그러니까 점표‘가 많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놓치고 ‘남이 어떻게 볼까‘에 휘둘리며 그나마 손에 쥔 반짝 별표를 잿빛으로 덮고 고민하는 모습도 봤다.

그래서 그들에게 마치 엘리 아저씨 마냥 각자가 지닌 장점과 ‘잘할 것‘이란 응원을 챙겼다.

이번 책을 다시 읽으며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왜 그 얘기를 남에게서만 들어야 할까.

툭 던지고나니 나름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접점이 말랑말랑해졌다.

'나'를 자기 자신, 내면의 진정한 자아로 본다면 누가 뭐라든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중요한 포인트다.

공정과 기회를 말하지만 결국 별표와 점표가 난무하는 시대다. 평가라는 기준은 객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주관적이다. 결과가 어떻든 누가 더 낫거나 모자란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이 생각했고 준비가 됐는지를 평가 기준 지표에 맞춰 구분한다.

하지만 평가를 벗은 나로 돌아오면 별표를 받기 위해 애쓰던 마음도, 점표를 피하려 움츠렸던 몸도 함께 풀린다.


돌아와 ‘다정함’의 이야기.


다정함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무너진 하루를 다시 세우는 데 충분한 힘이 된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이해인 #다정한 사람이다_줄


다정함은 ‘기술’이 아니라 ‘생활력’이다.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함’은 누구를 감동시키거나 특별한 사람이 되는 기술이 아니라, 그냥 삶을 덜 복잡하게 만드는 태도 같은 것이다.

몸에 아무 것도 달지않은 루시아의 존재가 변화를 이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밤,

오늘은 별표도 점표도 달지 않은 채, 그저 나로 돌아와 하루를 접는다.

이 정도의 다정함이면, 오늘은 충분하다.


#다정한사람이이긴다 #특별해 #별표 #점표

#졸면서_쓰기_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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