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제주 일상 : 체리블라썸 백도 크림 프라프치노
언젠가 얘기한 적이 있지만 가장 아끼는 모임 이름이 '딸기 좋아'다.
그 딸기 만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 살구 뭐 이렇게 달콤한 것들이다.
그것도 몸이 안 좋거나 피곤할 때 찾는 습관이 있다.
이왕이면 더 단 것을 찾아서 일종의 보신을 한다.
말이 좋아 보신이지
사실은 달콤함으로 피곤한 무언가를 눌러버리는
일종의 ‘DANGER’처방이다.
오늘은 며칠 별렀던 별다방의 ‘체리블러썸 백도 크림 프라프치노’ 를 골랐다.
며칠 몸이 안 좋았고(찬바람에 몸살 끙끙),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 덜 여물었고,
서류 보완 요청에 머리가 좀 아팠고,
아드리와 투닥투닥 싸웠고….
정리하자면 엄청 단 것을 먹고 스트레스를 풀어야만 할 이유가 충분했다.
마음을 다잡고 음료 주문을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긴’ 이름에
그동안 자신했던 딕션이 무너졌다.
“체리블…체…”
예정에 없던 외계어를 쏟아내다 그냥 “새로 나온 복숭아 메뉴 주세요”했다.
이럴 땐 ‘동네 셀럽’이란게 즐겁다.
“체리블러썸 백도 크림 프라프치노는 ㅎㅎ 저희도 힘들어요. 오늘은 커피랑 유기농녹차 주문 안 하세요?”
“오늘은 단 게 필요해서”
“아 단 거요 ㅎㅎ 네 진입해주세요”
‘단 거’ 뒤의 여운은 첫 모금만에 알아챘다.
생각보다 달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내가 주문했던 리스트 어디에도
이렇게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음료는 없었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동선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어느새 동네 가게처럼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닉네임을 보고 먼저 아는 체하고,
이제는 "좋은 하루 되세요"하는 인사를 자연스럽게 건넨다.
가끔 날씨 얘기도 하고, 오랜만의 방문을 반겨주기도 하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것으로 이미 충분. 주문하려는데 먼저 알아봐 주는 것도 은근히 즐겁다.
또 하나 셀럽 행세를 할 수 있는 곳이 동네 마트다.
이모들이 죄다 남동생과 내 사이를 부부로 의심(?)했다는 것만 빼고는 퇴근이 늦는 것도, 곱게 단장한 것도 단박에 알아챈다.
장바구니에 담은 것만 보고 "오늘 저녁 메뉴는 미역국?" 하고 물어도 주고, "고기 반찬이구나"하고 같이 행복해 해 주기도 한다.
가끔 내가 고른 제품에 관심을 갖고 “이거 괜찮냐?”고 거꾸로 물어보실 정도가 됐다.
“좋은 건거봐”
“아뇨 저도 처음…그냥 좋아보여서”
“괜찮으면 얘기해줘”
“그럼요 그럼요”
간혹 좀 더 좋은 신선채소나 과일을 눈짓으로 가르쳐주시니 이 것도 즐거울 일.
생각해 보면
동네에 오래 산다는 건
이런 작은 단맛을 하나씩 얻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달콤한 과일이나 음료보다
사람 사이에 남는 그 단맛.
아마 그게
동네의 맛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