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바다가 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푸르고 깊은 동해바다로 달려가고 싶지만 길이 멀었다. 장마지만 뜨거운 태양에 조금 주눅 들기도 했다. 무기력한 여름날의 오후. 아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 오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아 바다 보고 싶다.. 가까운 바다가 어디지?"
오스가 찾아낸 가장 가까운 바다는 당진에 있는 '왜목 마을 해수욕장'이었다.
왜목마을.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는 곳이다.
"좋아! 가자!"
그렇게 갑자기 바다로 떠나게 되었다.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해수욕장은 코로나로 인해 체온검사 후 들어갈 수 있었다. 평일이지만 꽤 많은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과자를 던져주는 사람에게 몰려든 갈매기들, 바닷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산책하는 연인들을 보며 우리도 작은 비치타월을 깔았다.
아이와 함께 바닷물 가까이 걸어갔다. 바다는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 건 처음인 21개월 아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파도가 오는 걸 무서워했는데, 이번엔 재밌어했다. 물속에 손도 넣어보고, 미역 같은 해초를 잡아보기도 했다. 수영복을 입히고 올 것을. 순간 조금 후회했다. 물에 풍덩 빠뜨리고픈 마음을 참고 발만 담그고 놀다가 아쉽게 나와야 했다. 물론 바지는 버린 채로. 아이와 함께 다닐 때는 여벌 옷을 챙기는 것이 필수인데 또 그것을 잊어버린 탓에 이번에도 아이는 기저귀 바람으로 다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근 후 모래사장에 앉아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모래는 따뜻했다. 해가 뜨겁지 않아 다행이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는 이내 모래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에게 모래는 최고인가 보군.
저녁시간이 다가왔고 배가 고팠다. 당진에 사는 친구인 주에게 연락을 했더니 여기서 6분 거리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퇴근시간에 맞춰 주의 회사 앞으로 갔다.
'여기가 친구가 일하는 곳이구나.. 이 길을 따라 산책을 하겠구나.' 같은 생각들을 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주는 우리를 데리고 칼국수집으로 갔다. 낙지가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가 나왔고 그야말로 폭풍흡입. 국물을 원샷하는 아이를 보며 주가 웃었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몇 번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던 그녀였다.
식당 앞에는 방조제가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나와 친구와 둘이서 방조제를 걸었다.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풍경의 바다가 있었고 주황빛으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와 여기가 더 예쁘다."
내가 말했다.
다음 코스는 주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보았던 레모네이드 맛집인 카페였다.
레모네이드가 거기서 거기지, 싶던 생각도 잠시. 진짜였다. 눈이 똥그랗게 떠졌다.
"오~~~ 찐이네 찐!!"
상큼함과 달콤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레모네이드였다.
약간의 피로함과 나른함을 느끼며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주의 집은 카페에서 보이는 아파트였다. 금방 걸어갈 수 있다는 그녀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은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가장 가까운 바다를 찾아서 떠난, 서해바다. 서해바다는 언제나 비슷한 느낌이 든다. 시골의 작은 바닷가 같은 한적하고 조금 쓸쓸한 느낌. 반나절짜리 짧은 여행이었지만, 꽤 오래 마음에 남을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