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포 Sep 04. 2018

소년들의 논쟁

노인과 아기의 가치를 따져 보니

두 소년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살날이 많지 않은 노인과 아장아장 기어 다니는 아기 중에 누구의 삶이 더 가치 있는가? 하는 것이 논쟁 주제다.


소년 A의 주장이다.

“노인이 훨씬 가치 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의 하루하루는 다른 이들의 하루보다 훨씬 가치가 있지 않은가.”


소년 B가 반박한다.

“아기가 훨씬 가치 있다. 노인은 이미 살 만큼 살았고, 이제 남은 삶은 잉여인생 아닌가. 그에 비해 아기는 앞으로 무한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소년 A가 다시 반박한다.

“잉여인생이라고? 노인이 살아온 지난 인생 노하우를 생각해보라. 지금의 인생은 잉여가 아니라 무한가치다. 노인의 혜안과 지혜를 활용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가치가 달라진다.”


소년 B도 지지 않는다.

“노인의 지혜라고? 수천 년 동안 같은 유형으로 살던 농경시대에는 노인의 지혜와 경험이 중요했지만 요즘처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시대에 과거의 경험, 과거의 지혜가 무슨 필요가 있나? 오히려 미래의 성장 동력인 아기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소년들의 논쟁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들의 논쟁은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직업 일선에서 은퇴를 한 뒤에도 계속되었다. 가치에 대한 이들의 관점이 세월이 지나면서 바뀌었는지, 계속 유지되었는지 알 길은 없다. 따라서 훗날 두 친구가 ‘동일한 가치를 확인’하고 의기투합했는지, 끝없는 논쟁에 지쳐 등을 돌리고 말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지구에서도 이 같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대륙별로 합의를 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노인의 가치를 우위에 두고 유럽에서는 아기의 가치에 우위를 두었다. 아프리카인들은 ‘노인의 오랜 경험’을 높이 사고, 유럽인들은 ‘아기의 미래 가능성’을 높이 샀다는 것이다.

한 직장에서 비슷한 목적을 갖고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곁을 떠나며 말했다.

“무엇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명확한 것 하나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떠나는 이를 나무라거나 욕하지 말라.”    


우리는 사실 잘 모른다. 변화와 변신과 변절의 차이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변화와 변신과 변절에 대한 분석도 수백 년간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생활의 전선에서 일어나는 작은 관계들 속의 그것들을 어떻게 가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하나는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의 가치다. 매일 아침마다 나를 바꿀 수는 없어도 길지 않은 기간 안에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것, 시장의 원리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시들시들, 시끌시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