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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Sep 04. 2018

무서운 이야기

인생 3무에 대하여

여름이 지나가는 중,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가 나온 자리는 식사(반주는 필수) 후 커피숍이었고, 저마다 겪고 있는 고충을 토로하는 와중이었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인생에 없는 것 세 가지는 명확하다’는 말이 나왔다.


A가 말한 ‘인생 3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또 비밀도 없다. 마지막, 공짜도 없다. 이게 인생 3무요.”

모두 감탄했다. 저마다 자기 삶을 회고하는 듯,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B가 깼다.  

“내가 무서운 이야기를 해줄게요.”

뜬금없는 제안에 모두 귀를 쫑긋했다. 밖에서 천둥이 쳤다.

“우리 회사는 말예요, 내 통장의 수입지출 내역을 10원 한 푼까지 들여다봐요. 심지어 내가 모르는 내역까지 회사가 더 잘 파악할 정도죠. 어느 날인가, 회사에서 나한테 이런 걸 묻더라구요. 작년 모월 모일 아내에게서 들어온 100만여원이 있는데, 그건 어떤 용도로 썼느냐고. 머리끝이 쭈뼛 서면서 소름이 돋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소. 그걸 일일이 기억하고 살면 내가 천재게? 무서운 일이죠.”
 

정말 무서웠고, 모두들 의아해 하며 한마디씩 던졌다. 주로 이런 말들이었다.

뭐 그런 회사가 다 있냐, 인권침해 아니냐, 사생활 권익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그러냐… 그때 C가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그건, 당신에게 권력이 있다는 얘기지. 회사에서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하고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이 있다는 얘기 아닌가?”


아, 그렇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B도 인정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며 산다나.

“그런데 왜 그렇게 살지? 먹고 살기 힘든 처지도 아닌데, 그런 감시를 받으며 계속 다녀야 함?”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선택이고, 동시에 선택을 당한 것이고, 그래봤자 한시적 사건일 뿐이라고 주절주절 쭈쭈거릴 뿐이었다. 쭈쭈쭈... 다시 A가 말했다.

“세상엔 비밀도 없고 공짜도 없는 법.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까? 그런데 사실 정답도 없다잖아.”

C가 덧붙였다.

“더 무서운 게 있지. 권력이 있고 우대를 받는 건 곧 사라질 때가 됐다는 거야. 무섭지?”   


무서운 폭염도 이제 끝나고 곧 추위가 다가온다는 전보가 오리라. 알다시피 날씨의 변화가 무섭도록 빠르다. 그에 대처하는 방법에도 정답은 없다. 올해 추석 물가에 대한 걱정도 정답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가위만 같아 다오, 라는 여유는 어느덧 태곳적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유통업계에서는 1년을 12개월이 아닌 14개월로 쪼개어 설과 추석이 낀 달을 여분의 매출로 계산해 왔지만 그 개념도 깨지는 중이다. 2~3년 뒤부터는 12개월 그대로 명절의 개념마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렇게 무서운 변화들은 우리 생활 속에서 즉각즉각 일어나고 있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무서운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무서워들 하지 말라. 나만 겪고 있는 일도 아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함께 듣고 있는 동료들이 있으니 안심하도록 하자.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정답이 없다고? 그래도 나는 계속 정답을 찾아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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