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정치권은 지금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시끌시끌하다. 이를 두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쪽과 “고령 시대의 단면”이라는 쪽이 맞선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청년이 노년스러운 건 볼썽사납지만 노년이 청년스러운 건 봐줄 만하다.
방금 청년 기업인과 점심을 같이 했다. 최근 대세로 부상한 밀키트(Meal kit) 시장을 선점해 그야말로 죽죽 성장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그래서 물었다.
“방향을 참 잘 잡았네요.”
“네, 제가 방향성 읽는 건 도사거든요.”
“트렌드를 읽는 건 대체로 가능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잖아요. 그것도 적중한 셈이죠?”
“네, 아직까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묻는 말마다 척척, 숨길 것도 없고 겸손해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야말로 청년다운 콘텐츠가 테이블을 오갔다. 맛있는 식사를 만끽하고 맛있게 끽연을 함께 하며 또 물었다.
“어떻게 그리 타이밍을 잘 맞췄어요?”
“타이밍을 맞춘 게 아니라 맞아진 거예요. 그건 정말 운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실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게 시장이거든요.”
자신감 넘치는 청년 기업인의 뜻밖의 고백.
“그런 다이내믹 때문에 사업을 하는 거지요. 초기에는 괜히 뛰어들었다고 후회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순간순간 짜릿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년 정신의 아름다움이다.
프랑스의 TV 프로그램 중에 이런 캐릭터가 있었다.
아나운서가 날씨를 예보한다. ‘오늘은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두 차례 소나기가 내리겠습니다.’ 그러자 아나운서의 옆에 앉은 게스트가 말한다. “설마~” 아나운서는 당황하며 “이 예보는 기상청 정보”라고 반박하고, 게스트는 “에이 그렇다고 믿을 수 있나?” 하며 계속 빈정거린다.
실랑이는 짧게 끝나고 다음 소식을 잇는다.
“더위를 이기는 건강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말?”
“이처럼 더울 때는 @%*&%$$#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설마~ 나는 믿을 수가 없네.”
정보는 계속 전달되고, 고춧가루 뿌리기도 계속된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한 작가의 뇌리에 깊이 박혔던 덕에 여기에 옮기는 기회도 주어졌다.
식을 줄 모르는 더위에 만사가 시들해지고 있다. 정치무대도 방송무대도 시들시들, 시장도 경기도 시들시들. 그야말로 청년이 그리운 시대다.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두려워하지 않는, 적절히 빈정거릴 줄 아는, 시끌시끌한 청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