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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Dec 14. 2021

세세손손 세대전쟁

아담 이후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고, 그 형제들과 자식들이 계속 낳고 낳고 낳아서 우리의 부모님까지 내려왔다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이를 일컬어 세세손손 또는 대대손손이라고 한다. 


세세손손 또는 대대손손의 욕구는 생명체의 본능이자 자연의 순리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다. 

이 말을 다소 분석적으로 들여다보면 시간적-수직적-계승 개념임을 알 수 있다. 현실 속 공시적 관점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하나’라는 통합 의지를 볼 수 있는데 종종 이 의지가 문제를 낳곤 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을 때부터 뭔가 불안감이 느껴졌는데 이후 줄곧 세세손손의 갈등과 충돌이 이어지지 않았는가. 장유유서를 약간만 비틀면 계급의식이 되고, 통합의지를 과다적용하면 전체주의가 되듯이, 세세손손이 마냥 평화로운 개념은 아닌 것이다.

     

인간들은 끝없이 싸웠다. 홀로도 싸우고 집단으로도 싸우며 죽이고 죽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엄마 아빠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았다. 그 자식들이 또 자식들을 낳았는데 왠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식이 많다 보면 하나 둘 튀는 자식이야 늘 생기는 법이지만 대부분의 자식들이 다 이상해 보였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의미로 X세대라는 별칭을 붙였고, 그 중에서도 더 이상해 보이는 아이들은 ‘오렌지족’이나 ‘야타족’ 같은 구체적인 부족명을 붙였다.

 

X세대와 오렌지족은 금세 성장해 점차 잊혀졌다. 얼마 뒤 그들은 M세대를 낳았다. 마침 100년을 주기로 삼는 한 세기가 넘어가고 있었고, 명실상부 21세기인인 Z세대가 출현했다. 


X로 끝날 것 같던 방정식이, Y가 등장한 것까지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방정식이, M으로 입체화되고 Z로 4차원화되자 20세기를 살아온 이들은 더욱 당황하기 시작했다. 수포자(수학 포기자)처럼 세세손손을 포기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시기도 이즈음이다.

      

세세손손 생명을 확산시켜 온 인간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마지막 알파벳 Z를 너무 빨리 써먹은 듯한,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 더구나 지금은 고작 21세기 초입이다. Z세대가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하는 것도 세세손손이라는 불후의 사자성어를 궤멸시키는 증거이기 충분하다.

 

물론 인간들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낳고 낳기를 이어온 저력은 지구의 생명체 중 최상위권이다. 수많은 전쟁과 기아를 반복해 겪으면서도 낳고 낳았으며 치고받기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낳고 낳는 것을 멈추지 않아온 역사가 이들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Z세대는 누구이며 Z세대가 낳을 세대는 어떤 이들일까. 

21세기 개막 후 22년,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란 말은 그야말로 옛날식 사유가 된 지금, 우리의 호기심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메리 크리마스를 앞두고, 다시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하며 송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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