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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Nov 30. 2021

여름 과일, 겨울 과일

어이없는 비교를 하는 이유

여름 과일이 맛있을까, 겨울 과일이 맛있을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도 귀가 쫑긋하는 이유는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다. 


여름 우유가 맛있을까, 겨울 우유가 맛있을까?

이 질문을 우유 제조업체에게 했을 때, 답은 ‘똑같다’였다. 가공우유의 제조법이 동일하기 때문에 그는 ‘같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질문을 낙농가에게 물으니 ‘겨울 우유가 조금은 더 고소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소의 생육 환경 두 가지에 숨어 있다. 소가 여름에는 풀을 먹고 겨울에는 사료를 먹으니 그 먹이에 따른 젖의 맛이 다를 것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우니 몸의 수축도에 의해 젖의 농도도 다를 것이다. 소고기의 마블링이 기온차에 따라 달라지는 점과 같다. 


여름 과일과 겨울 과일의 맛을 굳이 비교하자면, 겨울 과일에 더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과일 맛의 핵심인 당도와 신선도에서 유리하고, 먹는 사람의 입맛에 제법 영향이 있는 (먹을 때의) 환경적 요인도 겨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찾거나, 비교적 먹을 게 널려 있는 여름철 과일보다, 맛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과일 숫자도 적은 겨울철 과일이 유리한 것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먹는 과일은 사과와 감귤이라고 한다. 

이 말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와 감귤’이라고 등치시킬 수는 없다. 사과는 두 번의 명절 제례에 올리는 필수품목이고 감귤은 겨울철 한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먹는, 비교적 싼값의 과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 물론 그런 환경적 요인 없이도 사과와 감귤을 가장 좋아할 수는 있다.)

 

아무튼 사과와 귤은 겨울에 먹는 과일의 상징이다. 겨울 과일은 (맛)힘이 세다. 조금 더 명확한 비교는 딸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사람의 힘으로 제철을 바꿔놓은 (혹은 제철을 헷갈리게 만든) 딸기는 겨울에 먹는 맛이 확실히 좋다. 겨울철 온실 재배에 적합한 품종의 개발, 과학적인 재배와 수확, 관리기술의 발달, 유통에 유리한 기후 조건 등이 맞물린 결과다. 시장점유율 75%가 넘는 우리 품종 설향을 개발한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가 겨울 맛을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봄을 맞으면서 온도가 높아지면 딸기이 당도가 떨어지고 신맛을 내는 유기산 함량이 늘어난다. 반면 겨울 딸기는 낮은 온도에서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당분 함량이 많아지고 신맛도 적어진다.’


물론 겨울 과일이 맛있다고 여름 과일을 멀리하는 이는 없다. 겨울 우유가 맛있다고 여름 우유를 기피하는 이도 없다. 그럼에도 어이없는 비교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이 겨울이기 때문이다.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겨울에는 맛있는 과일을 먹자. 그리고, 기운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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