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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Feb 14. 2022

뉴욕타임스는 왜

트렌드, 기능성, 우월감보다 중요한 것

뉴욕타임스에서 2022년 음식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K-food를 언급한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부당한 착취가 없고 탄소중립적인 방식으로 마련되는 재료와 강력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음식을 원한다. …강력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음식은, 한국 고추장으로 만든 맵고 달콤한 스위시(스위트+스파이시) 음식을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미디어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가 ‘한국 음식을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인데, 그 중에서도 고추장을 가리키며 ‘맵고 달콤하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추장은 매운 소스’로 알고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맵고 달콤(스위트)이라 했다. 왜 뉴욕타임스가 세계 최고의 신뢰도를 갖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강력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언급이다. 한국 음식의 문화적 파워를 뉴욕타임스는 어디에서 발견했을까.


단편적으로는 K-컬처의 영향을 꼽게 된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의 영화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각종 드라마, BTS로 상징되는 K팝이 K-food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은 10~20년 전부터 꾸준히 커져 왔던 게 사실이다. 채식 위주의 아시안 푸드가 미국에서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문화 파워가 불을 붙였고, 그 연장선에서 한국 음식의 역사-문화-과학적 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음식의 저력은 발효에서 출발한다. 발효는 자연과 조우하면서 오랜 기다림을 통해 완성되며 그것을 대표하는 음식은 된장, 고추장이다. 깊은 맛은 어떻게 등장하는지, 미생물은 왜 존중받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음식이다.      


하지만 발효음식이 한국만의 독보적 가치는 아니다. 세계 각지의 음식들은 저마다 지역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고 발효 기법을 계승하고 있는 곳들이 도처에 존재한다. 요거트, 낫토, 똠양꿍이 모두 발효음식이며 지중해식, 블랙푸드, 슈퍼푸드 같은 건강 테마들이 시대별로 등장해 건강식 붐을 만들곤 했다. 그 음식들이 모두 세계 1위인 것도 아니고 어느 날 잡자기 기능성을 새로 발견해 집중 조명한 것도 아니다. 결국 시대를 흔드는 바람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만든 현상들라면 지나치게 냉소적일까.

 

지금은 한국의 장류들이 바람을 타고 있다. 장류 세계화가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이러저러 계산하지만 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도 없다.


다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것인 동시에 지구의 환경과 동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음식의 원천인 장류의 힘 핵심은 그것이다. 트렌드도, 기능성도, 타음식 대비 우월성도 아니다. 지구 생태환경과 동행하는 가치를 뉴욕타임스가  K-food에서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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