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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May 30. 2022

닭과 치킨 사이

치킨 값 돌려도

우리 집 고양이 한 마리는 치킨의 광팬이다. 함께 사는 또 한 마리는 치킨을 거들떠도 안 본다. 같은 고양이인데 식성이 딴판이라 시시때때 당황스럽고 신기해하곤 한다. (하기야 한 집에서 자란 형제도 맛 취향이 다른 걸 생각하면 고양이를 무시하는 사고이긴 하다).


치킨 팬 냥이는 배달원의 초인종 소리만 듣고도 눈빛이 빛난다. 아마도 분위기를 통해 치킨 배달이 올 거라는 걸 인지하고 기다린 것 틀림없다. 맛에 대한 본능은 놀랍다. 치킨에 무관심한 냥이는 치킨 파티 자리를 피해 창가에 자리잡는다. (나는 야경이나 음미하련다,는 심리 역력).

 

고양이는 그렇다 치고 요즘은 치킨 가격 때문에 놀란다. 마음 편하게 시켜먹던 치킨이 아니라 이제 고급음식으로 신분상승을 하는 듯하다. 차라리 삼겹살 외식을 할걸 하는 후회가 종종 든다. 치킨 값이 오르는 것은 닭의 위상이 점점 높아진다는 의미일까. 닭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까, 스트레스 요인이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닭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육류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닭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등보다) 싸게 먹을 수 있고, 요리법도 다양하고 다른 육류에 비해 거부감이 적다. 키우기 쉽고 먹기도 편하며 사육~공급~소비 순환이 빠른 것이 닭고기가 세계 식탁을 점령한 배경이다. 물론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도 중요한 힘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닭은 (육계, 산란계, 토종닭 포함) 10억 마리가 넘는다. 사육두수는 늘 1억 마리 이상을 유지하고 매월 8000만 마리 이상이 도축된다. 이 정도 규모가 늘 유지된다면 소비 가격을 자연스럽게 안정시킬 수 있어야 한다. AI 같은 특별한 가축질병 문제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국내 닭고기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치킨가게와 치킨회사들은 늘 성황이다. 성장산업이 분명한 것이다. 특히 주요 치킨 회사들은 사육~가공~공급의 계열화를 완성해 역대급 경영효율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왜 치킨 값을 계속 올릴까.

 

가격 상승의 원인을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육환경 개선, 사료비 상승, 인건비와 제조 재료비 상승 등의 여건이나 기업의 영리 추구 욕구 등등의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요즘의 치킨 값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최근 소비단체가 검증하고 발표한 내용을 보니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 대부분이 매출과 수익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대규모 사육, 계열화 구조, 소비량 증가(코로나19도 한 역할을 했다) 등등을 고려하면 매출 상승과 영업이익률 상승은 뻔할 뻔자다. 


그런데도 계속 가격을 인상하는 배경을 추정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소비자 저항이 있어 봤자 이미 길들여진 입맛이 바뀌진 핞을 것이란 확신, 자유시장의 법적 하자가 없는 한 붐이 있을 때 최대한 수익을 올리자는 욕망 등등의 합체 현상이란 진단이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해 불가다.


기업의 ESG 경영이 세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ESG는 자연환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명의식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며 성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제아무리 보편화된 맛이라도 한순간에 버림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더욱 대체 맛거리가 넘쳐날 것이니 그들도 긴장해야 한다. ESG가 던지는 또 하나의 경고는,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에게 피해가 온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 치킨 먹으며 스트레스 쌓이지 않도록 해달라고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부탁, 아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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