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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May 13. 2022

뻥의 시대

뻥튀기를 먹으며

뻥튀기는 “뻥” 소리를 내고 튀겨 나오는 과자다. 쌀, 보리, 옥수수 뻥튀기가 가장 유명하지만 어떤 곡물이든 넣고 튀길 수 있다. 우리의 뻥튀기 생산은 일제강점기(1930년대) 때부터 시작됐지만 별반 기록이 없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고 맛있는 간식거리가 많은 시대에 언제적 뻥튀기 얘기를 하냐고 의아해 하는 이들.... 의외로 없다. 오히려 반가워한다. 심지어 뻥튀기 셀럽도 생겼다. ‘뻥튀기 할아버지’를 검색하면 전국 각지의 뻥튀기 할아버지들이 나온다.  


그 중의 한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뻥튀기 기계를 반복적으로 돌린다.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중간중간 뻥! 뻥! 터지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만 쏟아지는 영상의 조회수가 수천 건이다. 이 할아버지는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런 영상을 올리게 됐을까(참고로 ‘뻥튀기 아저씨’를 검색하면 그다지 나오는 정보가 없다. ‘뻥튀기 할아버지’여야 한다). 


국수가 서민 음식의 대표라면 뻥튀기는 서민 간식의 대표다. 

서민적인 것들의 공통점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값이) 싸야 한다. 둘째, 부풀림이 커야 한다. 셋째,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뻥튀기는 그런 요건들에 맞는가.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첫째와 둘째 요건은 맞지만 세번째가 다르다. 지금은 뻥튀기 할아버지를 귀갓길에 만날 수 없고, 뻥 소리를 듣기 위해 초긴장을 하고 기다리거나, 왕왕창창 쏟아져 나오는 티밥을 보며 입을 헤~ 벌리는 순간을 맞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뻥튀기는 서민 간식이다. 여전히 싸고 여전히 양이 많으며 희귀한 과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업종이 그렇듯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업과 삶이 닮는다. ‘뻥’ 소리와 함께 산 뻥튀기 할아버지는 뻥이 셀 만도 하지만 대부분 그 반대다. 말수가 적고 얼굴은 푸근하다.  


뻥튀기 과정은 겉보기에 투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200도가 넘는 고온과 고압을 다루는 정교하고 치밀한 작업이라는 것이다(과거에 뻥튀기 폭발사고가 심심찮게 있었던 기록들이 있다). 과연... 진정한 뻥이라면 정교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뻥튀기의 입장에서 보면, 첨단기술과 쾌속 시스템을 장착한 현대인들의 뻥은 너무 가볍고 낯뜨겁기도 하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뻥의 시대를 살면서 뻥튀기를 돌아보니 한국 서민들의 힘을 느낀다. 뻥튀기 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이제는 해외 수출까지 한다는 점이 경이롭기도 하다.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에서 인기가 많아 뻥튀기 기계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단다.  


뻥튀기가 우리나라 도처에서 활약하던 일제강점기 때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 문구를 찾아보니, 과연 뻥이 센… 듯하면서도 귀엽기만 하다. 눈길 끌 만큼의 뻥은 있지만 수치는 정직하다. 


‘돈 모으기의 제왕, 실로 놀랍다, 7홉이 1말이 된다.’ 

- 동아일보 1932년 1월 16~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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