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포 Jul 28. 2022

참참참

참이란 무엇일까

참은 거짓의 반대말이다. 명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인다. 

참말과 거짓말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수십 년 노력하고 갖은 경험까지 거쳤다면 눈 감고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이 들수록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유를 몇 가지 추측해 봤다. 

     

추측1) 세상이 복잡해져서 단순했던 시절의 구분법이 무용해졌다. 

추측2)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눈에 백태가 끼어 구분능력을 상실했다.

추측3) 참과 거짓은 백짓장 한 장 차이이고,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애초부터 구분이 어려운 것이었다.     

분석인지 변명인지 헷갈리는 추정이지만 참이란 말의 맛은 늘 달콤하다. 우월하고 우호적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오이 앞에 붙어 ‘더 낫다’는 의미를 준 참외가 대표적이고,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랑 앞에 붙는 참사랑이나 참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참’이 ‘거짓’의 반대말이거나 ‘일반’적인 것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에 길들여진 탓일까, 식생활에서 간혹 착각할 때가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 참깨와 들깨, 참돔과 돌돔 같은 경우에서도 ‘참’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는 들기름이 참기름보다 비싸고, 돌돔이 참돔보다 비싸다.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참깨와 들깨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고, 참돔과 돌돔도 어종이 다르다(참돔은 도미, 돌돔은 우럭 종류다). 게다가 이들의 가격은 맛이나 영양성보다 수요와 공급량이 결정한다(물론 선도와 크기, 품질은 기본이다).


편의점 3참이란 말이 있다. 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을 묶은 말이다. 이 참참참으로 한 끼 식사를 하는 이들을 참사람(참사랑인지도 모른다)이라 부른다는 소문을 들었다. 참사람, 참사랑의 개념이 순식간에 바뀐 것을 보라.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려운 건 또 있다. 편의점 간이테이블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고, 최근의 경제 흐름을 보면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며, 최근 정부의 대처능력을 보면 참사람들도 속출할 것만 같다(제발 이 추측이 틀리길...). 


편의점 상품은 마트나 슈퍼보다 비싸다. 어떤 상품은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쩌다 서민들의 단골식당이 됐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마치 과거의 포장마차가 아닌 밤중에 편의점으로 둔갑한 것 같다.      


참말 유희에 몰입해서인가, 갑자기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를 먹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참이슬과 참깨라면과 참이슬이 있었다면 포장마차 4참이 유행하지 않았을까. 참새를 거꾸로 읽으면 새참이 되는데 이때의 두 ‘참’은 모두 작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니 편의점도 참새도, 새참도… 이 세상의 모든 참들은 참 작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음악과 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