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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Aug 10. 2022

숟가락들의 자리

수저계급 재해석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에 몇 개의 숟가락이 있는지 알아 봤더니, 의외로 많은 숟가락이 등장했다.

일단 은수저와 동수저는 이미 알고 있던 수저들이고 철수저, 나무수저, 플라스틱수저가 등장했다. 금수저보다 더 윗급인 다이아몬드수저도 있고 흙수저보다 아랫급인 무수저도 있다.


어떤 수저가 더 낫고 못한지에 대한 개념도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 순서는 아래와 같다.     

다이아몬드수저 > 금수저 > 은수저 > 동수저 > 철수저(놋수저) > 나무수저 > 플라스틱수저 > 흙수저 > 무수저     


웃자고 하는 소리에 곧잘 화를 내는 친구가 있는데 그와 함께 한 자리에서 수저 시리즈가 등장한 날이었다. 웃자고 떠드는 자리에서 갑자기 진지 모드로 바뀐 친구, 수저들의 계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탁자 위에 종잇조각을 여러 개 만들어 수저들의 이름을 적어넣고 순서를 나열했다(정말 진지했다).

 

그가 나열한 수저들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무수저 > 흙수저 > 나무수저 > 철수저 > 은수저 > 다이아몬드수저 > 금수저 > 동수저 > 플라스틱수저     


그가 설명한 이 순서의 근거다(온전히 그의 주관적 견해다).

“무수저는 노장사상과 같으니 계급을 초월한 상태, 최고의 경지라 할 만하지. 흙과 나무와 철은 자연의 세계이자 생명과 생산의 토대, 은수저는 전통적으로 귀한 수저이자 식생활에서 독성을 감지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다음 순서는 세상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 순이야. 플라스틱수저가 꼴찌인 이유는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환경의 적이기 때문이지.”

     

그러자 또 다른 친구가 몇 개의 수저를 옮겨 순서를 바꿨다. 그는 은수저를 가장 앞자리에, 무수저를 플라스틱수저보다 못한 마지막 자리에 배치하고 말했다.

“수저 종류가 하도 많은 세상이니 무엇이 됐든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어. 하지만 은수저는 독보적이지. 독성을 감지하는 특별한 수저로 1등 가치가 있어. 반면에 무수저, 무위사상은 위험한 시대야. 플라스틱은 그나마 열심히 생산한 노력의 산물이자 값싸게 편리를 주는 생활형 도구잖아. 무수저보다는 위에 있어야 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의 친구가 수저들을 재배열하며 나름의 근거를 댔고, 이후 수저(종잇조각)들은 이리저리 이동하며 듣도 보도 못한 이론들의 증거로 변했다. 웃기기 위해 등장한 수저들은 오랫동안 진지한 종잇조각이 되어 자리를 옮겨 다녔다. 결론을 낼 수 없던 친구들은 결국 한 가지를 합의하는 데 만족했다.


‘흙수저를 재평가해야 한다. 금수저보다 흙수저가 무시받는 사태를 더이상 방관... 아니 용인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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