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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Dec 16. 2022

‘밥심’ 떠나다

우리는 언제부터 고기를 즐겨 먹게 되었을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제 아무리 영양 있는 것을 먹어도 결국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는, 한국인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옛말로 변해 잊힐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올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추월할 것이 확실하다. 예상되는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6.5㎏, 1인당 쌀 소비량 54.1㎏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사실 놀랍지는 않다. 매년 나타난 기록들이 이미 예고해 왔기 때문이다. 쌀보다 고기로 식생활 주도권이 넘어간 지는 오래이고, 다만 실제 수치의 역전이 언제 일어날 것이냐가 관건이었는데 바로 2022년이 당첨된 것이다. 이제부터 한국인은 ‘밥심’보다 ‘육심(肉心)’으로 산다고 말해도 되겠다.


육류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추월한 것을 너무 과대 해석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계 하나를 덧붙이면 과장이 아님을 이해할 것이다. ‘1인당 육류 소비량 아시아 1위’가 한국이다(OECD, FAO 2020 통계). 전체 육류소비량은 중국을 넘볼 수 없지만 1인당 소비량은 한국인이 압도적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고기를 즐겨 먹었을까. 아니, 언제부터 이토록 고기를 많이 먹게 됐을까. 

1990년대부터 육류 소비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고, 2000년대 이후 급증했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1.9kg에서 2019년 54.6kg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에만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1980년대 초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2.6kg였는데 지난해에는 13.6kg을 기록했다. 1980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6.3kg이었는데 2020년 27kg으로 늘었다. 1980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6kg이었는데 2020년 15.76kg으로 늘었다. 

육류 소비량이 이렇게 빠르게 급증한 나라도 세계에 없을 뿐만 아니라 식성의 변화가 이렇게 빨리 진행된 민족도 찾기 힘들다.  


우리가 즐겨 먹는 육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이고 증가 추이는 닭고기가 가장 빠르다. 소비량은 돼지고기, 닭고기, 쇠고기 순이다. 1999∼2019년 주요 가축과 축산물 산지 가격 상승률은 육계가 연평균 16.6%로 가장 높았고 계란(8.3%), 송아지(6.6%), 큰소(3.4%)가 뒤를 이었다.      


한국인은 채식, 일본인은 회, 중국인은 육류를 즐긴다는 ‘썰’도 옛말로 물러날 시기다. 흥미로운 것은 육류 소비가 이렇게 급증했는데도 한국인의 비만율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도 채소 소비량이 줄지 않고 증가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먹는 만큼 채소도 많이 먹으며 건강관리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건강관리, 체력관리, 외모관리 집중력을 수치화해도 한국인이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은 불문가지다. 수많은 기록을 남긴 2022년이 저문 뒤 새해가 오면 문화선진국답게 정신관리 트렌드가 조성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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