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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Dec 06. 2022

총각은 가도 총각김치는 남는다

총각은 어디로 갔을까

총각김치가 무엇이고 총각이 김치 이름에 붙은 이유를 고찰한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김홍렬 청주대 교수가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발표한 ‘총각김치의 유래’에 관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총각은 ‘장가가지 않은 다 큰 남자’를 가리키는 말인데, 한자로는 ‘(머리)묶을 총(總)’에 ‘뿔 각(角)’자를 쓴다. 고어에서는 머리 모양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총각하다’라는 동사로 사용했다

√ ‘총각’이란 말의 출발은 “어린아이들이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 두 개의 뿔 모양으로 동여맨 머리 모양을 뜻”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때 남자는 장가를 가거나 관례를 치르면 상투를 틀어 올렸기 때문에 뿔 모양 머리를 한 사람을 ‘장가 안 간 남자’의 의미로 사용됐다.

 

√ 조선시대에는 뿔 같은 총각머리 대신 머리를 길게 땋아 내렸는데 이런 머리 형태를 ‘댕기머리’나 ‘떠꺼머리’로 불렀고, 결국 ‘총각’은 장가 안 간 성인 남자이자 떠꺼머리를 한 남자라는 이미지도 갖게 되었다. 

     

그랬던 ‘총각’이 어쩌다 김치의 이름에 붙었을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손가락 굵기의 작은 무가 마치 총각의 생식기(男根)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에 달린 무청이 총각들의 댕기머리처럼 보여 총각무라 불렀고 그것으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가 되었다’라는 설이다


총각김치란 이름은 언제부터 쓰였을까. 각종 기록을 조사해 보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게 이 논문의 핵심이다.      


√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어떠한 기록이나 자료에도 ‘총각무’나 ‘총각김치’라는 말은 나타나지 않는다.


√ ‘총각김치’라는 이름이 최초로 기록에 등장한 것은 1959년. 당대 최고의 여성 잡지였던 “여원(훗날 주부생활로 베호가 바뀜)” 11월호 ‘김장특집’이었다. 신문으로는 1961년 11월 7일자 경향신문이었다. 이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에도 나타난다.


√ 새롭게 탄생한 총각김치라는 이름은 불과 10여 년이 지난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인지도가 급상승해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경향신문은 1976년 9월 14일자에 ‘시민들이 가장 많이 담는 김장김치’ 기사를 실었는데, 배추통김치(100%)、깍두기(94%), 총각김치(92%), 동치미(80%) 순이었다.      


총각김치란 이름을 사용하기 전에는 어떻게 불렀을까. 

무의 이름을 딴 알무 김치, 알달이(알타리) 김치로 불렀다. 알처럼 단단한 무가 달린 품종을 가리킨 이 이름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알무, 알달이무, 알타리무 순으로 차례차례 사라져, 그 자리를 총각무가 차지하게 됐다. 참고로 총각무는 총각김치란 말이 유행하면서 후천적으로 등장한 이름이니 대략 1970대생 단어가 되겠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여보게 총각"이라는 훈훈했던 호칭을 듣기 어려워졌다. MZ세대들에게 "총각" 하고 부르면 어리둥절 눈을 멀뚱거리기 십상이다. 그렇게 단어도 늙고 늙으면 잊혀지고 잊혀지면서 세상을 떠난다. 새롭게 등장한 대체어의 임팩트가 강할수록 빨리 사라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다만 총각은 사라져도 총각김치는 (아직은) 씩씩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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