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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Oct 15. 2024

노벨문학상과 음식 외전

21세기 한국의 1대 사 

‘새하얀 숨을 내쉬며 너는 태어났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흰>의 첫 문장이다.

‘어젯밤, 아내가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첫 문장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한밤중 지인들과 모여 놀다 처음 접했다. 뒷골이 뻐근했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함께 놀던 지인들은 출판 관계자들이었다. 함께 건배하며 눈시울을 적셨고,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오천년 우리 역사 1대 사건은 묘청의 난이라고 신채호가 말했는데, 한강의 노벨상은 21세기 대한민국의 1대 사건이다.”


비유하자면, 월드컵 우승을 한 것보다, 아카데미 그랑프리를 먹은 영화보다 더 값지다고 평가할 일이다, 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단한 쾌거인 건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또는 문학계 경사인 것은 인정하지만 한 분야의 일인데 그렇게까지? 또는 그래서, 나한테 뭐가 오는데? 등등의 냉소를 보내는 미숙아들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이 가져올 수많은 쓰나미 중 음식과 식품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나마 생각해 봤다.


√ 문학과 음식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음식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이 있는가. 문학은 음식의 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고, 음식은 스토리텔링이나 문학적 영감의 중요 소재가 된다. <채식주의자>를 보면, 음식을 선택한다는 것이 단순히 건강이나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철학적 문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향후 한국에서는 문학과 음식을 결합한 마케팅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미 북카페를 비롯한 테마 카페나 문학적 메뉴가 유행을 탄 지 오래이고,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코스 요리를 개발하는 트렌드도 일어나고 있다. 문학+음식 페어링이 활성화되면서 음식과 인생을 새롭게 음미하는 문화 업그레이드 현상이 알게모르게 진행될 것이다.


√ 한국을 향한, 한국 내에서의 문학 관광, 음식과 결합한 관광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문학을 기반으로 한 음식 체험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 포인트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관광이나 여행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면서 국격과 지역격을 끌어올릴 것이다.


√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먹는다는 것에 대한 사유를 달리할 것이다. 먹는다는 것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대폭 줄었지만, 맛을 음미하거나 즐거움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사유에 머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사유 업그레드 현상을 통해 사회 전반이 달라질 것이다. 이미 식품시장에 그런 기류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지구와 환경의 가치재로 인식하는 현상이 미래세대에게 확산 중이었고 친환경 농업, 친환경 식품 수요가 확대되는 중이었다. 노벨상수상이 그 현상의 확장 기폭제가 될 것이다.


사족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 사회(특히 기성세대)에 드리워져 있던 일본 콤플렉스를 해소시킬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하얀 숨을 내쉬고 태어난 21세기 한국인 모두의 경사로, 결코 문학이나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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