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과 구병산

산소 같은 안내문

by 포포

우리집은 계양산 아래쪽에 있다. 계양역에 내러 역사 밖으로 나오면 은근 행복해진다. 일단 집에 다 왔고(쉴 수 있다는). 또 맞은편 산에서 바람타고 내려오는 신선한 공기(때에 다르지만 신선이 뭔지를 확 느끼게 됨), 꽃들이 바람타고 전해주는 향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혹자는 강남 아파트를 통해 몇억을 벌었다, 수십억대 재산가가 되었다 자랑들 하지만,

그것의 가치를 폄하하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얻고있는 이 가치가 그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시절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이 암에 걸렸을 때, 아주 많은 암치료법을 공부했었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를 알았다. 하나는 유연성의 가치이고 또 하나는 산소의 가치다. 그 두 개가 수술보다 낫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믿거나 말거나).

이후 산과 나무와 공기들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놀라운 산을 보았다. 한적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게소 건물 창밖으로 펼쳐진 구병산이다. 그러니까 그 휴게소 이름도 구병산휴게소일 것이다. 실은 산을 본 게 아니라 산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본 것이고, 그 안내문 때문에 산을 (다시)본 것인데ᆢ

아무 장식 없는 흰바탕에 짧고 담백하게 정돈된 문장에 놀란 것이다. 단 3~4줄로 압축된, 소박하고 깔끔한 설명들. 관광지마다 나붙은 덕지덕지 설명들, 자랑거리 수사들과 딱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깨달았다. 글과 디자인도 산소를 내뿜을 수 있구나. 글과 디자인으로도 암을 치료할 수 있구나. 흠흠ᆢᆢ

결론. 구병산에 비하면 계양산은, 흠흠ᆢ사람이 너무 많고 온갖 치장들이 산을 가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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