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사

다섯 갈래로 찢어지는 사람들

by 포포

얼마 전 20대 후반의 청년이 드론 기사 자격증을 땄다. 유망 직종으로 여겨지는 자격증을 딴 뒤 첫 교육을 나갔다. 시골의 한 고등학교 실습 교육을 나갔는데, 처음 하는 교육이다 보니 드론 콘트롤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그러자 학생들 몇이 기사에게 말했다.

“강사님, 제가 한번 해볼게요. 이게 말입니다…”

와우, 와우 하며 초보 기사는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왔다. 가르치러 갔다가 배우고 돌아선생님.

12월이 되면 많은 기업들이 인사를 한다. 그러면 다섯 갈래로 찢어진다. 승진하는 사람, 퇴진하는 사람,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사람,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 (등 돌리고) 떠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리고 인사를 나눈다. 굿바이, 댕큐, 반갑습니다, 잘해 봅시다... 같은 인사들이다.

원래 이 시기에는 술장사가 잘 됐었다. 좋아서 술 마시는 사람, 슬퍼서 술 마시는 사람, 더러워서 술 마시는 사람, 뭐가 뭔지 몰라서 술 마시는 사람, 핑곗김에 술 마시는 사람... 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이들이 많지 않다. 술시도 줄어들고 술량도 줄어들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임원들은 한 자리에 얼마나 앉아 있을까, (별걸 다) 분석하는 기관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기록을 종합해보니 재임 기간은 3년을 넘지 않았다. 대표급 임원들의 재임기간은 그도 안된다. 대부분 1~2년 정도다. 왜 그럴까? 1년이 빨리 가는 것처럼 시대도 빨리 변하고, 책임과 보상도 속전속결해야 되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최근 인사에서 희비가 교차한 사람들이 내놓은 몇 가지 해석을 음미해 봤다.

“결정권은 없이 책임만 지는 자리가 임원입니다.” (의미심장하다)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은층의 판단이 낫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윗사람의 역할이란 게 결국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는 정도?” (역시 의미심장하다)

“승진했다고 좋아할 기간이 얼마나 되겠어요. 직원들에게 존중을 받기나 하면 모를까…” (더욱 의미심장하다)


너무 비관적인 해석들만은 것은 아닌가 의심해 봤지만 실제로 낙관적 해석이랄 게 별반 없다. 앞서가는 기업군으로 평가받는 ICT 업체들은 임직원 평균 연령대가 30대라고 하니, 나이든 사람들은 이러나저러나 술이나 마셔야 할 시즌이다.


이런 즈음에 신선도 넘버원의 인사가 나타나 필자의 동공이 확 커졌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퇴진 인사, 새로운 방식의 인사와 인사말이다. 그는 자기 인사를 자기가 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너들이지만ᆢ (인사의 배경이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일부 요지를 굳이 옮기는 이유는, 알아서 해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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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9년 1월1일자로 코오롱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대표이사 및 이사직도 그만두겠습니다. …나이 60이 되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고 작정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습니다.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납니다.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로 창업의 길을 가겠습니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정말 빠르게 경영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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