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나 해볼까?

친구에게 프로포즈하기

by 포포

친구끼리 결혼한 애들이 몇 있다. 친구끼리 결혼했으니 친구처럼 살 것이다.

신발가게 딸 희순이가 방앗간 집 셋째아들 경섭이랑 결혼한 게 어언 몇년 전인가. 더러더러 친구들 소식을 듣곤 하지만 도통 얘네 소식을 모르겠다. 얘네는 이렇게 결혼했다......고 들었다.


경섭이 군을 제대하고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을 앞둔 해의 여름이었다. 시골에 내려와 신발도 한 켤레 살 겸 희순이네 가게에 갔다. 그때 마침 신발가게를 희순이가 보고 있었다. 서로 반가웠겠다. 중학교 졸업 이후 처음 본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고, 띄엄띄엄 만났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경섭이가 신발을 사러 간 건지, 희순이를 보러 간 건지, 아마 지도 잘 몰랐을 듯도 싶다. 건성건성 신발을 만져 보고 신어 보고 하다가, 경섭이가 희순이한테 말했단다.


"야, 우리 결혼이나 할래?"

희순이가 이 신발이 나으니 저 신발이 멋지니 건성건성 대답하다가 경섭이 말을 듣고는 답했단다.

"아유 얘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니. 우리 엄마한테 말해 봐."

그 뒤 경섭이가 희순이 엄마한테 말을 했는지 어쨌는지 잘은 모르지만... 두 친구는 부부가 되었다.


친구끼리 결혼하면 친구들을 엄청 만나며 살줄 알았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은가 보다.

들은 대로 진짜 그렇게 결혼하게 된 건지 아닌지 궁금도 하고, 친구 같은 부부 또는 부부 같은 친구를 비교 연구하고 싶은 생각이 가끔 드는데 도통 만날 수가 없다. 아니 그런 걸 다 떠나서 잘 살고 있느냐, 묻고 싶지만 역시 씰데없는 오지랖.


아무튼 그 시절의 담백한 프러포즈는 각별히 기억에 남는다. 호들갑스럽고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난무하는 요즘의 프러포즈들을 보면서 더욱... 경섭이의 속마음이 과연 그렇게 덤덤했다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거나 한번 해볼까, 하면서 술술 살아가는 방식은 결코 나쁘지 않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국,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두가 금메달 같은 거창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거나 슈바이처처럼 거룩하게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짜식들도 그렇게 술술 살아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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