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맛은 육질이 아닙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말이 있었다는 얘기다. 요즘 그 말을 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그게 무슨 말야? 하고 갸웃 하는 이들은 신세대들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는 이들은 ‘갈참’들이다. 즉, 요즘 사람들 중에 고기 맛 모르는 이들은 없다는 얘기다. 한마디 덧붙이면, 옛날 사람들은 고기 맛 아는 이들이 드물었다는 얘기다.
쇠고기 브랜드 시식장에서 한식 셰프를 만났다. 고기 시식 때는 소스 없이 음미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는 세 가지 소스를 두루 찍어 맛을 봤다. 시식 소감은 간결했다.
“좋은 고기네요.”
뭐가 좋다는 건지 궁금해서 약간 구체적으로 물었다.
“육질은 좋은데… 뒷맛은 어떤가요?”
“뒷맛은…”
잠깐 딴짓을 하다가 귓속말 비슷하게 속삭였다.
“사실 저는 뒷맛에 관심이 없어요. 고기의 뒷맛은 소스로 가려지거든요.”
알쏭달쏭한 답이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넘겼다. 시식이 끝날 즈음, 그는 뭔가 찝찝함을 털어내듯 덧붙였다.
“맛없는 고기로 시식 자리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사람이 많으면 맛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냥 맛있게 먹어야지.”
왠지 그가 만드는 요리도 그럴 것 같았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재료로도 맛있게 만들 줄 아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가 왜 여러 소스를 다 사용해 맛을 봤는지 이해가 됐다. 맛을 감별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그의 진짜 일이었던 것이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맛있게 먹으며 살 수는 있다. 음식은 절대적 맛이 있지만, 먹는 이의 자세와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식이 끝나 헤어질 때 셰프가 웃으며 말했다.
“고기 맛은 육질이 아니라 사람 아니에요?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것, 바로 고기와 술일걸요.”
고로 매일 맛있게 먹으려면 매일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