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직업을 취할까, 직업이 사람을 취할까
농업, 수산업, 축산업, 임업, 식품업을 두루 섭렵한 사람을 만났다.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업종이 ‘임업’이라고 해서, 이유를 물었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사람이 숲속으로 들어가면 자기성찰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임업계에는 시인들이 많아요. 또 이들은 현안에 급급해 하지 않는 기질이 있어요. 산림은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하니까요. 임업계에서는 농산물을 ‘단기수익성 작물’이라 표현하지요.”
일반적으로 볼 때 농산물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쌓여 나오는 내추럴 식품인데, 저쪽 산림계에서는 단기수익성 작물이란다. 상대적으로 산림은 100년, 200년을 내다보는 작물인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업계별 주량도 차이가 있다. 수산업계가 가장 세고 축산업계가 그 다음이며 농업, 임업 순으로 주량이 줄어든다. 어떤 사람은 이를 가리켜 ‘직업의 성격’이라고 말한다.
“숲속에서 마시는 술과 바닷가에서 마시는 술 자체가 천지 차이 아니겠어요?”
흠… 과학적으로 들어맞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바닷가에서는 술이 술술 들어갈 것 같고 숲속에서는 바람이 살랑거리며 술을 날려버릴 것 같다. 그러자 수산인이 손을 내저으며 “그런 낭만적 해석은 웃음만 나오게 한다”고 말했다.
“바다가 직장인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일합니다. 그 바다가 내 소유도 아니고, 그 배가 내것이 아니지만 환경 자체가 목숨을 걸게 만들죠. 그래서 그들은 쫄지 않아요. 당장은 소유한 게 없어도 언젠가 ‘한방’이 있다는 자신감도 가져야 해요. 그런저런 이유들이 술을 부르죠.”
단기수익성보다 더 센 ‘한방’을 꿈꾸며 사는 게 수산업계다. 어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 기대는 허황된 것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언제고 가능한 희망’이다.
직업은 그 안의 사람을 장악한다. 그래서 ‘업(業)’이다. 사람이 직업을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업이 사람을 취하는 것이기도 하다. 직업은 사람의 본성을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해 간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사람이 직장을 취하지만 후일엔 직장이 사람을 장악하고야 만다.
업계와 업계, 업체와 업체간 갈등과 마찰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하다. 상생과 협력, 융합과 통섭의 시대라고 하는데, 갈등과 마찰은 더 심해진다. 관찰 대상이다. 어떤 사람은 지금의 현상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 그렇게 싸우며 크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