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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1분 거리의 헬스장_근데 집 아니고 회사랑

주말에 헬스 가는 게 그렇게 좋단 말이죠

by poppy

지금 다니는 헬스장은 근무하는 회사랑 위치가 아주 가깝다. 접근성이 편해서 비가 와서 못 가요, 너무 멀어서 못 가요라는 말을 못 한다. 회사를 퇴사하지 않는 이상 출근을 할 것이고 그럼 그냥 가야 하는 것이다. 집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1시간 내외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움직여야 한다. 근데 나는 주말운동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회사를 마주쳤지만 들어가지 않고, 헬스장으로 돌진하는 게 약간 재미있달까. 근무를 해야 할 것 만 같은데 일을 안 하고 운동을 선택하는 것. 꽤 마음에 드는 느낌이다.





주말에 운동 갈 때의 설레임


나는 나름 정신승리를 잘하는 사람인가 싶다. 그 이유는 주변에서 ”어떻게 주말에 회사 근처 헬스장을 가는 거냐, 그 근처도 가기 싫지 않냐. “라고 종종 물어본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말 운동을 하기 전에는 혹시라도 주말에 회사 근처만 지나갈 일이 생겨도 숨이 막혔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히려 즐겁게 설레임을 가지고 오는 나를 발견한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고 싶을 때는 피티를 9시에 잡아둔다. 그러면 강제 기상이 되는 것이다. ( 잘 안될 때도 물론 있다.) 그렇게 도착하면 회사의 건물이 보인다. 그런데 출근길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안 보이면 조금 낯설다. 그때 조용하게 내가 아침에 출근하는 길을 여유롭게 걸어본다. 아침에 출근하기 싫었던 감정을 운동을 가기 전에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다시 색칠하는 것만 같다. 일을 하러 당장이라도 올라가야 할 것 같지만 내 발길은 내가 원하는 헬스장으로 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직장인의 삶을 언젠가 박차고 나오고 싶은 것도 이런 이유임을 알게 되었다. 내 시간을 내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아침 9시에서 6시까지 틀에 갇혀있지 않은 삶을 위해서 뭔가 사부작거리며 준비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게 신기하다.



우연히 따라서 등록한 헬스장 n년째 다니는 중


원래는 이 헬스장을 이용할 생각조차 없었다. ‘회사랑 가까운 헬스장? 그걸 왜 다녀야 하는데? ’라면서 괜히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왔다. 그러다가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상담을 받으러 가겠다는 한 동료의 말에 우르르 다 같이 따라 들어갔다. 그렇게 상담을 받았지만 나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대학교 다닐 때는 헬스장 1년 치를 등록해 놓고 손에 꼽을 정도만 나갔던 과거 이력이 있어서 스스로가 헬스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체험 피티를 해준다고 해서 그것만 해보자라고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다니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수업을 담당했던 선생님께서 매주 다른 헬스장을 방문하거나, 강연을 들으러 다니며 본인도 계속 공부한다고 했었다. 그분의 약간 돌아있는(?) 초롱초롱하면서 진심 어린 맑은 눈동자가 헬스를 등록하게 만들었다. 역시 선생님의 열정은 상당했고,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은 비록 다른 센터로 가셨지만 나는 고인 물처럼 꾸준히 다니고 있다. 지금 만난 피티선생님은 두 번째 선생님이다. 사실 처음 선생님 이후로는 다시 피티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역시 첫 피티를 결제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이분 역시 자기 계발을 미친 듯이 하는 선생님이셨고, 그 좋은 에너지에 지금도 정말 강력한 긍정 기운을 받고 있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그뿐인 것 같다.




친구가 늘어나지만 결국 남는 것은


헬스를 하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친구가 생길 때가 있다. 아주 감사하게도 내가 침 흘리면서 그다지 보기 좋지 못한 모습으로 운동할 때도 파이팅을 외쳐주고 가는 친구도 있다. 인스타를 보면 종종 무리들이 보여서 파트너운동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문화가 낯설다.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랑도 가끔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가 알맞다. 우선 파트너운동이라고 함은 나를 가르쳐주거나, 내가 가르쳐주거나 하는 형태로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입장이 안 돼서 못한다. 그리고 그 상대방 역시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정확하게 내게 알맞은 피드백을 해줄 가능성이 적다. 두 번째는 운동의 패턴과 흐름이 나한테 맞춰서 있기 때문에 만약 약속한 친구가 못 나온다거나, 특이한 상황이 생기면 나도 같이 힘이 빠지게 된다. 내 영향이 상대에게 가는 것도 맞찬가지이다. 가장 중요한 건 운동시간은 나만의 고독의 맛을 느끼는 시간이다. 이때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 상호작용보다는 오롯이 혼자가 됨을 느낀다. 24시간으로 주어진 우리의 삶에 단 2시간조차 나만의 시간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사실 천국의 계단 타면서 눈물 흘리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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