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기본재료
사실 운동은 즐겁지 않다. 그 과정은 오히려 상당히 고통스럽다.( 사실 고통 안에서도 일정 부분 희열감과 쾌감이 생기지만) 일반적으로는 고통이 더 압도적으로 많다.
주변에서 일부 지인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냐,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딱히 시원하게 말할 수가 없다. 뭐라고 특별히 설명이 안돼서 이럴 때 쓰는 대답은 형식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냥 하는 것"
사실 이건게 굳이 그 이상 부가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이라고 말할 뿐이다.
현재의 나를 위해서도 하지만 특히 미래의 나를 위해서 운동을 한다. 그렇다 보니 간혹 의지가 약해지거나 오늘은 쉴까?라는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지치고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뒤로하고 운동이라는 선택지를 결정한다. 사실 운동이 행복하다는 건 과정보다는 결과를 놓고 하는 말이다. 과정은 꽤나 고통스럽다. (침도 나오고 콧물도 나오고 간혹 눈물도 나온다.)
근육이 생성되는 과정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극 > 염증반응 > 단백질 합성 > 초과회복 > 반복자극
근육은 일부로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집의 벽을 무너뜨리는 행위와 맞찬가지다. 그 후에 세포들이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보다 더 튼튼한 벽을 쌓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크고 튼튼한 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속으로 생각한다. '오늘따라 유독 근력맛이 좋겠구나'이라고. 헬스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특히 근력운동을 좋아한다. 이 역시 당시에는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지라도 정신은 쾌감을 얻는 구간이다. 운동을 미친 듯이 집중할 때면 뇌가 중력을 무시하고 우주 혹은 바다에서 둥둥 떠있는 느낌을 받는다. 뇌가 그때서야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이때는 가시(= 스트레스)를 통해서 꽃을 피우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박혀버린 따끔한 가시에 눈물 찔끔 흘리고 있을지, 그걸 흡수해서 몸의 일부로 만들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특히 단기간에 폭발적인 에너지가 필요할수록 가시에 찔렸을 때 받는 고통은 윤활제 역할을 한다. 매번 스트레스만을 가지고 에너지를 얻는 건 좋지 않지만, 일정양의 스트레스는 분명 양질의 결과물을 만드는 좋은 양분이 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죽도록 운동을 해도 불의의 사고로 한방에 운명을 달리하거나 예상치도 못한 큰 병을 얻는다면 주변에서 말할 것이다. "쟤는 그렇게 운동 열심히 하더니 다 소용이 없었네 "라고. 그런데 이 말은 "어차피 인생의 끝은 죽음인데 왜 꿈을 꾸며, 왜 미래를 계획하냐. 다 소용없다. 가만히 앉아서 끝을 기다리자."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이 들린다. 어차피 결과는 본인의 몫이다. 내가 투자를 하는 것은 가능성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도록 나를 움직이는 것이다. 하루하루 운동을 하는 건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행위는 습관을 형성한다. (습관의 힘은 굉장히 무섭다.) 그렇게 만들어진 습관으로 매일, 매월, 매년 본인을 꾸준히 단련했을 때 각각 발전하는 폭이나 결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반드시 달라지는 게 있다. 건강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예시로 노인이 되어서 같은 연령대의 지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거나 휠체어를 타고 다닐 때 나만 맨몸 보행이 가능하게 레벨업이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죽을 때까지 튼튼할 수 있다면 그냥 복 받은 삶이지만 내가 그럴 거라는 가능성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미 다수의 아파봤던 경험을 통해서 건강도 투자의 개념이라는 걸 몸으로, 정신으로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여기에서부터 운동을 그냥(=기본적으로 꾸준히 반복하는)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적절한 휴식을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주 7일이 아닌 주 8일을 만들어서 하루 종일 나를 단련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다. 여기에서도 근육이 크는 과정을 통해서 설명하자면 근육이 찢어지고 나서는 일부 휴식기를 반드시 만들어줘야 다시 재성장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휴식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반복적인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는 근육이 더 이상 성장을 멈추고 진정한 손상과 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된다. 진정한 아픈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 했던 일이 내 건강을 망친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지만, 진짜 가능하다. 신체는 우리의 생각보다 세밀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서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단백질을 분해하고, 근육 합성을 억제해서 오히려 근손실 발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정신적인 번아웃도 같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근육은 운동 중이 아닌 휴식 중에 만들어진다. 회복기가 없는 자극은 오히려 도태되는 신체를 만들 뿐이다. 이렇게 계속된 스트레스만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운동 싫어" 현상이 나타난다. 몸의 입장에서는 때린 곳 계속 연타로 때리고 약도 안 발라주는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다.
휴식기에 들어갈 때도 나만의 꿀팁이 있는데 이건 다음 글에서 작성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운동의 최종 목적은 건강이라는 것을 위해서 하는 것이니 어떻게 가야 더 나은 방향일지는 계속 성장과 배움을 통해서 발전해야만 한다. 그냥 본인의 고집만 가지고 삶을 사는 것보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게 더 유리하다. 그 안에서 선택과 결과는 언제나 본인의 몫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