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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500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유행이 되어 헬스인들의 기준이 되었을까? 요즘에는 살짝 시들해진 분위기지만, 예전부터 그 말이 그다지 듣기가 좋지 않다. (사실 거북했다.) 내가 아직도 헬린이라서 그런지, 큰 야망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님 까놓고 말해 영영 죽을 때까지 못 칠 숫자라서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가 따지 못하는 포도를 보고 “아유.. 저거 신포도라 분명 맛도 없을 거야!”라고 하는 걸지 모르겠다. 아마 전부 다인 거 같다.
3대 500이란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를 묶어서 총 500kg를 드는 것(= 헬스인들은 무게를 ‘친다’고 표현한다.) 것을 말한다. 정확하게 유행된 시점은 모르겠으나 헬스커뮤니티에서 유행하기 시작해서 일부 헬스 유튜버들이 3대 관련된 운동을 콘텐츠로 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었다. 그 이후부터 이게 무슨 헬스인들의 가이드라인이 된 것 마냥 그 숫자를 못 치면 제대로 된 운동으로 보지 않는 이상한 분위기가 생겼다. 인스타를 보면 타인이 운동을 기록한 피드 댓글에 괜히 태클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고, 인스타는 더 다양한 사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본인의 몸이 좋다고(생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평가하고 ‘비율이 잘못됐네’, ‘체형이 이상하네’ 등등 손가락이 상한 것 같은 댓글을 남기고 갑자기 싸우기 시작한다. (뭐라고 하려면 개선하는 방법도 같이 알려주는 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본인이 가진 체형과 그에 따른 강점과 약점이 전부 다르다. 키가 190cm 인 사람이 가진 기초체력과 150cm 사람의 기초체력이 같을 수 있다면 그건 지구가 이상해진 것이다. 분명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운동의 진정한 정의인 것이지, 체격 조건이 같지도 않은 타인과 비교하고 서로 잘난 것을 따지면서 우위를 가리는 것은 목적이 이상하게 변질된 것이다. 몸이 아무리 좋아도 초심을 잃어버리면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뿐이다. 자신이 최고인 것 같지만 언제든 더 최고가 나오기 마련이다. 타인과의 비교보단 본인과 대결을 통해 발전해야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전에 마라톤을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같이 참여한 사람이 분명 다리한쪽을 심하게 다쳤음에도 관절주사를 맞으면서 버티면서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다른 지인은 인대가 심하게 파열되어서 반드시 휴식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계속 이전과 동일하게 무게를 치는 걸 봤다. 그 정신력은 정말 존경해야 마땅한 엄청난 강인 함이다. (실제로 정말 존경한다.) 하지만 이건 몸의 입장도 조금 들어줘야 한다. 근육과 체력은 회복이 가능하다. 단, 충전기간(= 회복을 할 수 있는 일정 시간)이 있어야 다시 복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괜찮다고 그냥 막 가져다 쓰는 행위는 미래의 내가 사용할 체력을 당겨서(=엄청난 고금리 대출이다) 사용하는 것과 같다. 사실 운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에 큰 역할을 하는 운동 러버들은 이걸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도 해외 출장 가기 전날에도 헬스장 가고, 가서도 운동을 못할 경우 걸어서라도 운동량을 채우거나,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도 케리어 끌고 다시 헬스장 갈 때도 있다. (머리채를 쥐어 잡고 끌고 가는 느낌이다.) 계속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기를 부리면서 무리를 한다. 그럼에도 진짜 회복이 필요할 때는 그냥 다 내려놓고 쉰다. (운동도 중독성이 있어서 폭주기관차처럼 멈추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휴식이 없으면 정말 ‘노동’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천국의 계단을 24시간 무한대로 타는 것과 같은 느낌) 본인이 목표가 현재의 컨디션에 무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내려놓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그것이야 말로 본인의 몸을 위한 운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이 역시 본인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약해졌을 때 쉬어가는 것은 ‘지금 한 대를 맞는 건 두대를 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억울하다.
실제로 면역력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린 유리컵처럼 박살 났던 시기를 겪어보니 그 안에서 배운 게 있다. 몸은 무리하면 그게 반드시 어떤 반응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크기가 다양해서 미세할 경우 놓치기가 쉽다. 부러진다던지, 피가 나는 것은 즉각적으로 심각성을 알게 되지만 피부로 올라오는 염증반응, 잇몸질환, 피로감, 예민함 증가 등등 미세한 신호로는 정말 알아차리기 어렵다. 아주 작은 표현만 하다가 싸인을 놓치게 되는 경우, 큰 병으로 한방에 폭발할 때도 있다. 이건 치료가 어려운 수준으로 발전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정말 위험하다. 그런데 몸은 “나는 계속 경고를 했는데 네가 놓친 거야”라고 한다. 이건 소통이 아니라 통지 수준에 가깝다. 자다가 뺨을 세게 맞는 것처럼 무방비하게 당한다. 그러므로 더욱 본인을 공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근래들에서 고함량 프로틴(단백질 보충제), 크레아틴등을 너도나도 기본값처럼 인식하고 있다. 운동을 하면 당연히 먹어야 하는 것이고, 몸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꾸준히 (일부는 과하게) 복용한다. 양질의 좋은 제품들은 장기적인 복용에도 큰 부작용이 없이 만들어졌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물론 대회를 준비하거나, 목표가 뚜렷해서 단기간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극단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나도 식사를 하기 귀찮을 때는 단백질 셰이크로 대체할 경우가 있다. 그래도 그 이후 나머지 한 끼 정도는 식물성 단백질양을 늘려서 챙겨준다.(두부, 콩, 두유 같은) 어디에도 이렇다 할 정답은 없지만 뭐든 적당히가 좋은 듯하다.
정말 속상한 사실이지만 몸은 영원하지 않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노화가 시작되고 회복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점점 오래 걸린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신체적인 변화를 인정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인정을 하지 않다가 무리를 해서 심한 사고를 만나게 될 수 있다. 연령대별로 운동의 목적과 방법이 다르다. 10대~20대(성장기)는 체력이 발달되는 시기라 기초체력을 다져야 하고, 30대~40대(체력유지)는 체지방율 조정, 근육유지, 스트레스 해소에 활용한다. 50~60대(근력유지)부터는 감소되는 근력을 필사적으로 예방해야 하며 70대 이상(활력유지, 낙상예방)부터는 넘어지는 부상에 필사적으로 본인의 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실제 70대 이상 연령대는 넘어져서 병원을 들어가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물론 젊었을 때부터 기초체력을 유지했다면 근력, 운동능력이 잘 다져져 있으니 이런 연령대별로 타깃 해야 하는 운동이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 (70-80대에도 무게를 치는 찐 헬스인들) 하지만 평균적으로 몸은 점점 약해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70대에도 높은 무게를 치는 게 가능한 사람들은 젊었을 때부터 현재보다 더 높은 고강도 운동을 했을 것이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도 현재를 위해, 더 나아가 미래의 나를 위해서 투자를 하는 목적이 더 크다. 할머니가 되어서 작은 덤벨이라도 씩씩하게 들고 싶은 작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
나도 무게 치는 걸 꽤 좋아한다. 거기에서 오는 도파민은 유산소와는 또 다른 짜릿한 맛이다. 시력이 안 좋지만 나보다 잘 드는 사람들이 있으면 마법처럼 시선이 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나, 단기적으로 치고 올라가야 할 때는 타인과의 비교가 꽤 유용할 때도 있다. 나와 조건이 어느 정도 비슷한 상대인데 서로 긍정 에너지를 주면서 윈윈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의 피티선생님.. 근데 사실 훨씬 더 강해서 대부분 진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자신’과의 싸워야 하는 이유는 타인을 목표로 잡고 싸우는 것은 그 상대가 사라졌을 때, 내가 그를 이겼을 때는 목표도 함께 소실되기 때문이다. 상대의 존재에 따라서 내 패턴이 흔들리는 건 유쾌하지 않다.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겨도 뭔가 찝찝하고 지면 진심으로 격하게 찝찝해서 잠도 안 온다.
나의 대결상대는 ‘어제의 나’다. 그 친구가 나와 체급이 가장 동일하며 평등한 상태에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인 것이다. 정말 신기한 것은 그렇다고 과거의 나를 맨날 이길 수는 없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으며 무승부일 때도 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조금씩 다음 단계로 꾸준히 나아가는 게 전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