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들
정말 오랜만에 팬으로 일기를 쓴다.
100장 중에 99장을 쓰지 않고
단 한 장을 쓴다고 해도
나는 그 일기장은 꽤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다림의 시간도 또한 그렇다.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하고 싶었던 인간관계나 따분한 삶의 루틴도 예상외의 것에 의해, 사실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조그마한 어떤 것에 의해 하루 또는 일주일을 연장하게 된다. 책 반납 기간을 연장하듯이.
사각지고 딱딱하며 작고 조그만 책에 의해서
그 안에 있는 더 작고 가느다란 검은 활자에 의해서
때로는 치즈케이크 한 조각과 쓴 커피 한 모금이나
너무 쓸데없이 아름다운 하늘에 의해서
더 가까워지지 않게 거리를 두고 도망치고 싶은 두려워하는 내 손을 더 꽈악- 잡아주는 이에 의해서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이런 것들에 의해서
삶의 뿌리를 한줄기 더 내리기도 한다.
보잘것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상이
사실은 나를 버티게 했던 뼈대였던 것이다.
그런 것 없이 온전히 나의 힘으로만 세운 거대한 성 같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임을 다시 깨닫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