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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기-2

by poppy

매일 토하는 삶.


토하듯이 적는 글. 토하듯이 눈물을 머금고 숨을 뱉어내는 운동. 매일 나는 뭔가를 토하는 것만 같다.

우울할 때 스스로 염증덩어리 자체가 되어서 나를 파괴하려 할 때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그것 또한 무언가를 토해내면서 버텼다.

글, 그림, 눈물, 땀, 감정, 숨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뱉어냈다. 사실 지금까지 모아 왔던 것들을 다 토해내고 나면 정말 거죽만 남은 빈 껍데기가 되어버릴까 싶어 그 알량한 자존심 하나로 입을 틀어막고 버텼던 삶인데 결국 터져버렸던 것이다.

잘 토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매일 고민한다.

썩은 부분들을 부드럽고 날카롭게 도려내면서 숨을 토해내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어쩌면 앞으로 계속 죽을 때까지 닦아내야겠지. 그래도 닦아낼수록 묻혀있던 선이 드러나는 내가 꽤 마음에 든다.



거울이 필요해.


가끔 내 생김새를 까먹는다.

실제로 진짜 내 얼굴을 볼 수가 없는 삶이다.

거울 혹은 반사되는 무언가가 아니면 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최고의 방법이 아니라 최선의 방법으로 사는 삶.


사람이 무섭고 때로는 불편하고 싫지만 그 눈동자에 비춰지는 내가 썩 괜찮아 보인다면 그 관계는 생각보다 소중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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