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정말 부끄럽지만 솔직히 기록한다.
사실 계엄령이 선포되었을 때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무지했기에 화가 나지도 않았고
계엄.. 그게 뭐지..? 라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날따라 유독 업무가 끝나지 않아서 계속 시안작업하기 급급했다.
”그리 큰일이 나겠어? + 내일 회사 가야 하는데 “ 이런 생각 때문에 나는 그날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나라를 지키겠다고 국회로 달려가 온몸으로 군인들을 막고 저항했는데, 나는 뭘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그냥 편히 잠을 잤다.
다음날도 회사를 출근해서 평소 같은 일상을 살았는데, 심리상담사 선생님께서 국회로 가야겠다며 상담을 미루자고 하셨다.
뉴스도, 티비도 관심 없고 (화나는 것만 나온다면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던 나는 그제야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내 주변에는 계엄관련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변명하기에는 유튜브만 틀어도 내용이 쏟아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나는 무지했고, 눈을 감은채 살았던 걸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평일부터 혼자 집회를 참여했다.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만..
그날당시 목숨을 걸고 국회로 달려가셨던 분들에 대한 깊은 감사와 그렇지 못했던 무지하고 또 무지했던 나에 대한 반성으로 퇴근하고 계속 집회로 나갔다.
밤새, 며칠씩 집회에 참여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나는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적은 시간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정말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없도록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을 테니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새로운 정보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 암살계획들 등등만 보아도 참 끔찍할 뿐이다.
언론이 장악당해서 귀와 눈이 막히고 가려져서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진실, 사실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할 뻔했고.
대통령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전부 제거되어 공평한 정치, 민주적인삶을 빼앗길뻔했고.
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내는 행동을 통제받을뻔했다.
내가 편안하게 보내는 일상이, 미래가 아예 뒤바뀌어 버릴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내 목소리를 내고 표현해야 한다.
자신 없고, 시간이 없고,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냐는 내 안의 소리를 잠재우고 소리쳐야 한다.
집회에서는 응원봉을 들고 집회 자체를 즐겨버리는 해학의 민족 K국민다운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사실 첫날은 “음.. 집회인데 좀 더 조용하고 엄숙해야 하는 거 아닌가?”싶었다.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깨달았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추운 ‘바람’이 아닌 뜨거운 ’해 ‘였다는 것을.
목표를 즐기면서 이뤄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광기 어린 눈빛이 서리게 된다. 그것을 막을 길은 없다.
여기저기 흩날리는 깃발에 쓰인 참신한 내용들만 보아도 알수있다. 이들을 화나게 하면 답이 없다는 걸.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악쓰는 게 아닌 서로의 소리를 듣고 주고받는 응원을 배우게 된다.
꾸준히, 길게 가려면 너무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 제 속도를 찾아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빨리 제풀에 지쳐버리면 안 되니 잘 먹고, 잘 자고, 내 삶을 잘 유지하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틈틈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참여하는 것.
그게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하나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계엄을 통해서 터진 정치적+사회적인 문제가 사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것임을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너무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들춰내고 밝히려는 분들이 곳곳에 계셨다는 것에 존경심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 없었을 때 꿋꿋하게 자신의 소리를 냈다는 것.
얼마나 고독한 싸움을 했을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내일 탄핵소추안이 표결된다.
분명 가결될 거라고 믿는다.
된다고 해도 그다음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겠지만.
그래도 하나씩 광기 어린 눈빛으로 즐기면서 이겨내면 된다.
제발 우리가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살 수 있기를.
싸울 때 싸우더라도 지성인답게 더 나은 목표를 향해서 발전적인 긍정적인 싸움을 할 수 있기를.
계엄 해제가 안되었으면 이런 구구절절한 일기도 못쓸뻔했다. 썩을_
진짜 무지한 상태로 대표를 뽑아두면 더 멍청한 사람이 온 나라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걸
뼛속깊이 배운 사건이었다.
꼭 이다음 쓰는 일기는 행복하게 쓰는 일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