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냥 행복해 집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 원인불명의 피부질환, 우울증과 불안증을 겪으며 인생에서 너무도 차가운 계절을 겪었다.
지금은 인생에서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봄이 다시 왔다.
또 언젠가 여름, 가을, 겨울이 오겠지.
나는 각 계절을 그저 즐겨낼 뿐이다.
목차
1) 피 한 방울 안 섞인 가족
2) 불안이 탑재된 인간
3) 존버하면 봄은 다시 올까
4) 당신이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앞으로 많이 많이 행복해져라."
난 부모님 두 분이 이혼하셨지만 지금도 양쪽 가족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친하게 지낸다.
주변에서 "넌 참 아메리칸 마인드네. 아무리 그래도 좀 불편하지 않아?"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새로운 가족 관계를 재정립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몇 년간은 아버지와 교류를 끊었었고 그 이후로 만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께 계속 그러시면 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렸고,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정확하게 소통하는 연습을 했다. 이제 성인이 되었고 내가 거절한다면 더 이상 만나야 하는 이유도 없다.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자식이 된 도리로 존경과 존중을 표하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서 대하되 내가 지치지 않도록.
누군가에게는 그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난 정말 다행히도 잘 통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관계에서 잘 지내는 것뿐이다. 또 한 명의 가까운 어른이 생긴 것뿐이다. 완벽한 자식이 될 필요도 없다. 부모님 간의 이야기는 그들의 선에서 끝내고 난 내가 할 수 있는 자식의 역할을 하면 된다. 가끔 안부를 묻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추억을 쌓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아버지와 현재 결혼하신 분께서 해주신 말이다.
"앞으로 많이 많이 행복해져라."
난 이 한 문장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좋다.
원시시대에 너무 편안하게 살다가 육식동물에게 뜯어 먹히기 딱 좋았기 때문에 우리 인간의 DNA에는 불안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니 불안, 불신부터 시작해서 욕망, 질투, 부러움 등등 부정적인 감정은 꼭 100% 나쁜 거라고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본인을 살리고자 하는(더 잘되고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의 본성이라고 이해하자. 다만 그 비중이 중요하다.
나도 어떤 특정한 것에 의지해서 중독된 사람처럼 살 때도 있었고, 갖지 못하는 타인의 삶을 질투만 하면서 살 때도 있었다. 솔직히 아직도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흔들린다. 이게 '나'라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비중으로 놓고 보았을 때는 과거보다 확실히 현재가 스스로의 자아가 커지고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더 이상 타인의 판단에 쉽게 꺾이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여기서 인생에 '봄'이 왔다고 하는 말은 모든 게 술술 잘 풀리거나, 전부 내 뜻대로 되는 세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삶. 내가 뿌리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인생도 계절을 닮아서 정말 버티면 언젠가 봄은 반드시 다시 오는 거 같다.
나는 지금은 너무 오랫동안 얼어있던 나머지 미쳐 녹지 못한 얼음들을 녹이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으로 치유하고, 그리고 나 스스로 자가치료를 하면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지금 현재 너무도 추운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면 당신이 품고 있는 씨앗이 온기를 빼앗기지 않도록 잘 품어주고 버텨주길 바란다.
잠시 바다에 둥둥 떠있는 해파리처럼 살아도 되는 것이다.
미역줄기처럼 해류에 몸을 맡기고 잠시 표류해도 되는 것이다.
영영 그렇게 사는 게 아닌, 잠시 추진력을 모으기 위해 쉼을 가지는 것뿐이다.
엄마는 내가 뭐만 하면 "넌 뭔가 잘할 거 같아. 느낌이 그래."라면서 믿어주셨다.
그래서 난 정말 그 말을 믿었다.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자빠져도 지독하게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엄마의 이상한(?) 주문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행복의 기준은 전부 다르지만 일단 당신이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글은 "앞으로 많이 많이 행복해져라"라는 주문으로 제목을 정했다.
그래서 글을 적는 나도, 읽는 이름 모를 당신도 행복해질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달까.
반박을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굳이 반박할 필요도 없으니 그냥 믿어보는 걸로 하자.
참 재미있는 것은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건 본인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듯하다. 요즘에는 특히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영상, 매체들이 넘쳐난다. 그 와중에 이런 구구절절한 글을 끝까지 읽는 당신의 목적과 이유는 모르겠지만 숏츠를 넘기다가 강제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당한 영상보다는 본인이 시간을 들여서 굳이 굳이 읽었다는 거니,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건 확실하다.
앞으로는 시도해보지 않은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얻은 정보들은 또 다른 글로 풀어보는 걸로.
올해는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