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똥을 싼다던가, 머리를 말린다던가, 출근을 한다던가 뭐 그런
혹시라도 먼 미래에
시간을 정말 돈으로 살 수 있는 시절이 온다면
똥을 싸지 않아도 되거나 (그게 안되면 극 소량만 싸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도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다거나
머리를 1초 만에 다 말리고
언어를 몇 주 만에 습득하고
회사를 정말 눈 깜박 한 번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그런 무지막지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내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아쉽게도 내가 죽기 전까지는
그런 세상을 기대하기는 힘들 거 같다
돈이 많던 적던 모든 사람은 갈색의 똥을 싸야 한다
(그것도 일정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물에 젖은 미역 같은 축축하고 무거운 머리를
드라이기로 일정시간 말려야 되고
언어를 배우기 위해 무한반복+실전연습은
피할 길이 없다
일반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라면
재택이 아닌 경우 출근할 때 무조건 1명 이상의 사람을 마주치게 된다
지하철 버스를 이용할 때에는 타인과
의도치 않게 서로 몸이 부대끼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댓값이 존재한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면 현실과 싸우거나 타협하게 된다
가끔은 매우 비참해지기까지 해 버린다
그리고 타인이 그 시간을 들여서 해냈다고 하여
나도 똑같이 그 시간을 들여 똑같은 결과값을
얻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현실에 타협해 버리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빗소리가 들린다
천둥도 치고 빗소리도 들리고
밖에 나가면 물에 흠뻑 젖은 쥐처럼 온몸이 적셔지는 건
안 봐도 너무 뻔한 전개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비를 맞기 싫다며 귀를 막고 해가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만 할까
우비를 입고 단단히 준비를 해서
밖으로 나가 직접 행동하고 도전해봐야 할까
난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