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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Sep 23. 2023

어바웃 해피니스

 얼마 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사랑은 함께 노를 젓는 것] 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 아주 귀여운 친구가 댓글로 '맞은편에 사람이 없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는 너무나도 좋은 질문을 남겨 주어서 꼭 쓰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그 다짐을 거의 한 달만에 실현하게 되었다 ㅎㅡㅎ 많은 할거리들이 남아 있지만 모어때..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잔잔한 노를 젓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맞은편의 사람이 나의 행복에 필수적인 존재인가? 맞은편의 사랑과 행복은 필요충분 조건인가? 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그래서 호다당 써보는 오늘의 글

난이도의 차이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난이도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 맞은편의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이 더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노를 젓다 보면, 행복하고 서로가 의지가 되는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이 행복에는 책임이 따른다. 나와는 또 다른 삶을 살아 온 사람과 합을 맞추는 것은 서로의 일부분을 깎아 내야 하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노를 젓는다' 는 하나의 상징으로 표현했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생활 습관, 식성, 취미, 좋아하는 영화 취향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영화관에 가서 나는 스릴러를 보고 싶고, 애인은 로코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각자 다른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만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국 이번에는 스릴러를 못 보는 애인을 위해 핑크빛 로코를 보고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를 깎아 내며 함께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무조건적인 깎음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다이아몬드도 전체적인 균형을 보며 세공해야 원석에서 보석이 되는 것인데, 그냥 사포로 갈기면 그건 좋은 원석을 버리는 꼴이 되지 않을까?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게 나도 좋으니까...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라는 생각으로 너무 거칠게 나를 깎아내면 결국 괜찮은 '나'가 남지 않게 된다.



 그렇다면 노를 젓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상대방과 함께 노를 젓는 이유는? 아름다운 경치를 '함께' 즐기기 위해서이다. 요트 대회가 아닌 것이다... 기분 좋은 바람을 더 잘 느끼게 하기 위해서 갑자기 급발진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노를 젓는다면, 속력은 빨라질지언정 그게 노젓기의 이유는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런데 많은 커플들, 특히 결혼한 커플 중에는 이런 경우가 꽤 많다. 부모님 세대에도... 마냥 산들바람 속 노젓기가 아닌 태풍 속 살아남기 같은 환경에서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노를 젓는 가장들.. 결국 그들의 배는 가라앉지 않았지만, 태풍이 지나고 화창한 날이 오면 말하는 법을 잊어버려 서먹한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아 이런 경험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속 편한 소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여기서부터 슬슬 머리가 꼬이기 시작한다 너무 어려워 ㅜㅡㅜ



하지만 혼자도 좋아

 내가 더 그런 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단 애인 뿐 아니라 친구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있어서도 늘 나만의 독립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만난다는 커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신기했다. 와 개인시간이 없어도 괜찮은가? 또 매일 애인과 친구들과... 약속을 소화해내는 사람을 보면 또 신기했다. 와 혼자 쉴 틈이 없어도 괜찮을까? 물론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진짜로 신기했다. 나는 '나'의 시간을 꽤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숙형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주말 아침도 학교에서 해결해야 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늦잠을 자기 위해 아침 급식을 포기해서 아침 급식을 먹으려면 나 혼자 먹어야 했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친구들이랑 같이 대화하면서 먹으면 재밌어서 좋고, 혼자서 먹으면 여유롭게 온전히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약속이 있어도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온전히 못 한다거나, 많이 쉬지 못한 채로 만나면 놀면서도 마음 한 켠이 많이 쓰였다. 결정적으로 나는 체력이 딸리는 편이다... 그래서 더 나 자신만의 시간에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공감하는 말이 있다. 인스타에서 본 것 같은데... 현재 배우자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이 사람이 나 아니면 못 살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나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말이었다. 이건 배우자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라, 친구 / 가족 / 애인 정말 모든 분야의 사람에 다 적용되는 것 같다. 물론 현재 나와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건 맞지만, 최선을 다하기 이전에 자신의 중심이 잡혀 있는 사람이 정말 베스트가 아닐까?

 혼자서도 건강하게 맛있는 밥을 차려먹을 줄 알고, 즐기는 취미가 있고,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으며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그 자체로 더 매력적일 것 같다. 

뫼비우스의 띠

 이리저리 요리조리 생각을 해 보았지만 결국 혼자의 행복과 함께의 행복은 단절되기 힘든 관계 같다. 나 자신이 혼자서 충분히 건강해지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고, 그 관계에서 오는 행복이 다시 나 혼자의 삶을 꾸려 나가는 데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과 같이 (답이 나오긴 함) 뫼비우스의 띠이지만, 확실한 건 두 가지의 행복 모두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00의 친구, 00의 애인이라는 수식어로 설명되기 이전에 '나'로 존재하기에,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알고 나를 가꿀 수 있는 혼자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더 성장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를 세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더 예쁜 나와 행복한 주변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제껏 다루었던 추상적인 개념이 그랬듯이 결국 오늘도 밍숭맹숭하게 결말을 맺는데... 여러분들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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