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ppy Feb 21. 2024

어바웃 원과 나이테

어바웃 시리즈

지난 주, 글을 쓰면서 문득 내 글의 귀결은 항상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 B, C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다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같은 곳을 빙빙 돌 필요가 있나? 라는 회의감 아닌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이테가 떠올랐다.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건 다름아닌 나이테다. 나무의 중심을 기준으로 동그란 원들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은, 오랜 세월 동안 나무가 겪었을 풍파와 경험을 짐작하게 해 준다.

 나무의 나이테를 바라보면 원들의 모양은 꽤나 유사하다. 어째보면 재미없기도 하다. 비슷비슷한 원만 그리고 있는 나무의 나이테는 그 오랜 시간이 따분하고 지루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나무의 나이테는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무의미한 반복은 아니다. 새로운 나이테는 그 이전의 나이테보다 조금 더 두꺼워지고, 넓어지고 단단해진다.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것 같아도 이전에 새겨왔던 나이테는 하나의 경험이고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의 예시를 들어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내 공부 방법은 바뀐 적이 없다. 교과서를 읽고 복습하고 문제를 푼다. 반복되는 생활과 비슷한 루틴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진적으로 공부하는 내용의 난이도도 올라가고, 이에 들이는 에너지 또한 높아진다. 

 삶도 마찬가지다. 비슷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성장하면서 더 많은 것을 요하는 사회에 발맞추어 넓은 궤적을 그릴 준비를 한다. 그것이 나이테가 의미하는 바일 것이다.



 그래서 같은 결말로만 귀결되는 것 같아 약간의 허무함을 느꼈던 내 글에게도,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될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나는 나이테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같은 결론과 같은 원을 그리더라도, 다양한 경험과 고민으로 이루어진 내 나이테는 이전보다 조금 더 큰 궤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원래 월요일에 올렸어야 했으나.. 새터 이슈로 인해 늦은 업로드와 간략한 분량

이전 13화 어바웃 명절과 줄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