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는 수밖에
여전히,
눈 하나로 보는 세상은 선명하지 않다.
반다나 패턴을 닮은 무늬와 뿌연 그늘 같은 것들이 드리워 시야를 가린다.
눈이 없어 눈구멍이라 부르기도 어색한 빈 구멍은, 뜬 것도 감은 것도 아닌 주제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결국 뭐 하나 완전히 나아진 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 나아가 보기로.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 아니라,
'살아 숨 쉴 수 있어서 할 만하다'가 될 수 있게.
힘껏 달리고, 넘어지고, 울고, 웃으며.
절차 1, 절차 2, 절차 3…
회사의 인사부서에 복직 의사를 전달하자,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는 복직 절차 안내. 각종 서류 제출, 여러 번의 면담, 일정 기간의 재활 근무와 결과 보고, 심의…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비로소 정식 복직이다.
일 년 가까이 눈구멍과 씨름하느라 잊고 있었다. 나는 절차와 규정이 넘쳐나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선, 괜찮다는 진단서를 제출해 주세요."
눈 하나로 괜찮을지는 알 수 없다.
어디까지 어떻게 일을 해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래서 일단 해 보기로 한 것인데— 먼저 괜찮다는 증거부터 내놓으라고 한다.
복직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들 같은 반응이다.
"근데, 괜찮겠어?"
걱정되니까. 무리해서 더 아프거나 무너지면 안되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괜찮은가?
생각해 보면, 그렇게 괜찮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만 계속 이럴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없던 눈이 생기거나, 구멍 난 마음이 극적으로 메워질 일도 없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이 가장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더 나아질 기대도, 나빠질 두려움도 없는 상태.
"선생님, 회사에서 괜찮다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특별히 제한하거나 조심할 게 있을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눈이 하나라고 해서 무언가를 포기할 필요도 없고요. 뭐든 적응하기 나름이니까요.
괜찮은지는… 해 봐야 알겠죠."
'괜찮다'보다 훨씬 건조하지만 담백해서 오히려 와닿는 말.
그래, 이게 내 괜찮음이다.
<진단 내용>
수술 후 피부, 통증 등 회복 중에 있으나,
업무로의 복귀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