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아빠가

[머리말]

by 오세용

딸, 아빠야. 먼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지? 아빠는 ‘잠시 백수’ 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의 내 직장생활을 찬찬히 돌아보았네.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네 연락을 받고 나서부터.


사회생활 27년째, 그중에서 소위 ‘K-공무원’으로 일한 게 벌써 20년. 국회, 청와대, 중앙부처, 정부위원회 등등 참 다양한 곳에 적을 두었었지. 여기에 정당, PR 기업과 공공미술‧출판사 경력까지 합하면 만 26년 공공소통 분야에 몸담은 셈이야. 한 영역만 파고든 ‘최고 전문가’라거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주변의 아부 섞인 말들이 아주 싫진 않은 세월이 됐긴 했네. 아빠 스스로 반추해봤을 때도 항상 국민에게 ‘최대의 서비스’가 전해질 수 있도록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했고 ‘최선을 다한 것’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


그런 아빠를 아끼고 응원하는 지인들이 예전부터 책을 내보라고 해온 건 알고 있지? 사실 아빠는 동어반복 심하고 서론이 장황하긴 해도 말로 설명하는 건 꽤 자신 있는 편이잖아. 그러니 유튜버는 고민해봤어도, 책 쓰기와 출판은 엄두도 못 냈단다. 고민 끝에 다음 브런치를 열었어. 아빠가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업무 비결(knowhow)을 부담 없이 이곳에 먼저 정리해볼까 해.

정부나 공공기관 홍보용역을 대행하는 PR 기업 직원에게도 공직사회 내부가 어떤지, 어떻게 해야 입찰을 따내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더라. 많은 기업이 공무원과 일하면서 참 답답해하거든.

공무원 역시 마찬가지야. 홍보 업무를 처음 맡게 되면 많이 막막해하더라고. 그런 이들에게 공공소통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떤 순서로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안내서(manual)’를 주고 싶었어.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도 참고가 되면 좋겠다. 하물며 너부터 구직을 위해 자기소개서와 직무계획서를 쓰고 있고, 영 익숙지 않을 ‘자기 PR’을 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잖니. 평소에도 지인이 자기소개서나 직무계획서, 입찰 제안서를 봐달라면 열 일 제치며 챙기는 아빠의 오지랖이 여기서 더 많은 사람에게 미쳤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이 기록들이 네가 아빠의 ‘집 밖 인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 평소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거침없이 나누는 우리의 대화 주제가 이 브런치로 더욱 깊고 넓어지길 기대하면서.


아빠가 배운 것 하나 없이 그저 몸으로 가슴으로 시작했던 이 공공소통 업무는 어쩌다 아빠에게 ‘언제나 하고픈 일’이 됐을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네게 들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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