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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이가 영어 유치원을 다닌 이유

이래서 사교육?

by 파퓰러

Mar 10. 2021


욤이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어 태어나고 1년 후, 2세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키워지고 있던 욤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을 잘 따랐다. 어린이집에서도 욤이는 담임 선생님을 잘 따랐고, 욤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욤이 부모는 물론, 욤이를 돌봐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고모까지 담임 선생님께 감사했다.


욤이가 3세가 된 어느 날,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 욤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 욤이가 선생님한테 학대를 당한 것 같아요. 와 주셔야겠어요."


다음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욤이 엄마가 어린이 집을 찾았다.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욤이를 귀여워하는 영양사 선생님이 점심 이후에 콧등이 빨개진 욤이를 발견했다고 한다.

"욤이 콧등이 갑자기 빨간 것 같았어요"

실제로 욤이는 콧등 양옆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원장 선생님이 CCTV를 돌려봤다. 그리고 학대의 현장을 확인했다. 욤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가 확인한 CCTV 내용은 이렇다.


담임 선생님이 욤이가 CCTV에 등을 지도록 세워두고 욤이를 들어 손으로 무언가를 했다.

욤이는 허공에 떠서 손을 파닥파닥 거렸다.


즉, 담임 선생이 욤이의 코를 손으로 잡아 비틀었고, 욤이는 코가 아파서 손을 파닥파닥 거린 것이다.


원장 선생님은 이런 일은 절대로 어린이집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담임 선생님을 무릎을 꿇게 하고 사과하게 했다. 선생님은 잠깐 욤이가 미워져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하며 용서를 빌었다.


당시는 욤이가 말은 조금 알아듣지만, 대답만 할 수 있는 수준에, 생떼도 많이 부리던 시기였다. 그래서 욤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도 욤이는 대답할 수 없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욤이 육아에 지쳐있는 상태였다.


자식들 키울 때부터 늘 현실에 수긍하는 편이었고, 또 손주를 체벌하지는 않지만 자식은 체벌하면서 키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의견이 같았다.

"나도 같이 있다 보면 힘들 때가 많은데 선생님도 오죽하면 저랬겠냐? 이해는 된다"

"뭐 대안이 있니? 계속 다녀야지"


아들도 며느리도 당장은 대안이 없어 그냥 욤이를 계속 그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고모인 나는 엄청난 분개를 했지만 욤이가 내 자식이 아니어서 잠자코 있었다. 그러나 내가 욤이의 부모였으면 난리를 치고 선생님을 신고하거나 어린이집을 당장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 같았다. 담임선생을 무릎을 꿇린 원장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선생님이 욤이에게 잘못한 것 같으면 같이 꿇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일이 있고 한참이 지난 다음 해의 봄. 욤이 부모는 욤이를 영어 유치원 부설 어린이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돈은 더 많이 들고 집에 더 일찍 와야 하지만 그게 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곳을 다니진 않지만 욤이는 그곳에서 영어를 많이 배웠다. 아마도 욤이 부모는 비싼 만큼의 값어치가 있었고, 또 욤이를 위한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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