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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n 28. 2022

한 시간 반을 울었다

나도 너처럼 울고 싶었다

크다가 '호비랑 나랑'을 보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한 시간 반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다.


매주 받았던 호비에는 새로운 교구와 가지고 노는 방법이 있는 '호비랑 나랑' 책이 함께 배송되었다. 크다는 24개월을, 작다는 12개월을 호비와 함께 했다. 물론 지금은 남아 있는 장난감이 많지 않다. 연령이 맞지 않아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위주로 하나씩 정리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이들이 '호비랑 나랑'도 보지 않았다. 이이들 손이 닿지 않는 선반에 올려두었다가 이제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물어보니 "호비 볼 거예요. 손이 닿지 않아서 못 봤던 거예요."라며 야물딱지게 얘기하길래 미안하다며 바로 다시 책장에 넣었다.



저녁에 호비랑 나랑을 한 권 꺼내더니 '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 말했다. 진작에 정리 이제는 가지고 놀 수 없다고 얘기했다. 울먹이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다시 주문해달라고 가지고 놀고 싶다고 계속 울면서 얘기하고 또 얘기했다.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크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일 케이크 장난감이었다. 예전에 한 번 다시 놀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찌어찌 넘겼던 기억 났다.


사실 마음먹으면 새로 구매할 수는 있다. 한 호당 3~4만원 정도 개별 구매가 가능하. 한참 호비를 구독하던 때에 해당 월령이 아닌 장난감을 찾아서 따로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합리적인 소비는 아니었다. 결국 개별 구매는 하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당근마켓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아이가 들고 따로 찾아봤는데 없다. 결국 지금은 방법이 다. 아이를 달래며 얘기한 대로 '갖고 싶다고 다 가질 수는 없다'입장을 유지를 해야 할 것 같다. 집에 장난감이 꽤 많다. 정말 갖고 싶다고 해서 샀지만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서 버림받은 장난감도 있다. 세상 모든 장난감이 우리 집에 있을 수 없다. 당장 갖지 못해 놀지 못하기 때문에 더 속상했을 거다. 이해하지만 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끓어올랐다.



크다는 울며 잠들었다. 결국 진정이 되지 않았다. 호비랑 나랑에는 우리 집에 없는 장난감이 많은데 볼 때마다 이렇게 울면서 찾을 거냐고 되물었다. 엄마가 밉다고 했다. 엄마가 싫다고 했다. 슬펐다. 아이가 얘기할 때마다 더 그랬다. 아이에게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못 되게 말해서 미안했다. 힘겹게 잠든 아이 이마를 만지며 미안한 마음을 전다.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있다가 그저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고 답답했다.


작다는 엄마와 언니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한 번씩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주었다. 엄마 기분 풀어주려고 마음 쓰는 아이가 고맙고 미안했다. 아이들 모두에게 참으로 미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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