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Jul 05. 2022

2년 반 만의 재회

8개월의 대장정 시작

장구 초급반 수업 준비 중입니다.
개강에 참여하실 예정이시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문자 부탁입니다.


5월 중순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2년 반 만에 풍물놀이 개강을 한다.


휴직 말미에 주민센터에서 잠깐 장구를 배웠었다. 동네 언니랑 기타를 배우러 다녔었는데 따로 봤던 장구가 더 재미있어 보였다. 무슨 용기였는지 덜컥 등록을 했다. 어르신들 가득한 반에서 '이쁜이'가 되다. 두 달을 배우고 복직하면서 안녕을 했다.


평일 낮 수업이라 더 배울 수 없었다. 아쉬웠다. 다 같이 연주해서 좋았다. 한 공간에서 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좋았다. 신나게 두드려 좋았다. 선생님은 수련원에서도 수업이 있다며 개강하면 연락 줄 테니 한 번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복직을 했는데 두 달이 지났을 때쯤 코로나가 터졌다.

2019.10.24 두 번째 수업


이제는 코로나에 익숙해진 건지 한풀 꺾인 건지 회식도 모임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개강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개강한다.


5월 중순부터 보름마다 한 번씩 안내 문자를 보내 주시는 총무님 덕분에 등록을 놓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었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가야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다. 남편의 동의를 구하고 이모님께 양해를 구했다. 그래, 해보자.



드디어 개강하는 날이었다. 새벽에 아이가 코피를 한참 쏟아서 휴가를 냈다. 그러면서 일정이 엉켰다. 상황 설명을 하고 불참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아차, 다음 주도 못 가는구나. 그럼 오늘은 가야 하는데.. 이모님도 오시지 말라고 해놔서 발이 묶여버렸다.


남편이 퇴근했다. 서둘러 겠다고 했다. 미안했다. 고마웠다. 어디인지 물어보면서 택시 부를 준비를 했다. 튀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계단을 올라오는 남편바통 터치를 하고 출발했다.



수업은 이미 한창이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가입신청서를 쓰고 구석 어디쯤 앉으려고 했는데 안내해주시는 자리가 하필 맨 앞 줄 가운데다. 맡아두셨다는 자리가 여기구나. 하하하하하.


제일 늦게 온 것이 제일 명당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뒤통수를 보고 있는지 거울을 통해 빠짐없이 볼 수 있었다. 늦은 만큼 더 끄덕였고 더 열심히 쳤다. 열채를 어떻게 잡는지 왼손이었는지 오른손이었는지 앉자마자 헤맸지만 빠르게 스캔하고 자세를 잡았다. 오랜만이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내 익숙해져서 꽹과리도 보고 선생님도 보는 여유가 생겼다. 재밌었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반가웠다.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냐며 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주셨다. 수줍으면서도 내심 뿌듯했다. 계시던 분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늦게 왔는데도 야무지게 잘 따라 쳤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배웠냐 물어보시길래 오래전에 두 달 정도 배웠다고 했다. 몇 년생이냐고 물으시고는 딸과 동갑이라고 아들 동갑이라고 반겨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수료해서 부디 본인 막내 탈출하게 해 달라는 분도 계셨다. 낯설지만 정겨웠다.


첫날인데 잘 따라와 줘서 진도를 많이 나갔다는 선생님 말씀에 기분이 좋았다. 처음 마음 잃지 않고 끝까지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계속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취미가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시경 꿈을 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