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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25. 2022

생일이 슬프지 않도록

언젠가부터 생일을 챙기지 않았다. 아이들을 낳고 나서부터였던 듯하다. 신나지도 않고 기대도 되지 않는 날이 되었다. 그러다 친정 식구들이 축하한단 말을 한 명도 하지 않았던 적 있었다. 서운했다. 얼마 뒤 안하다는 엄마와 동생에게 쩜 그럴 수 있냐며 웃으며 대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사실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비가 많이 오던 재작년 여름에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났고 우리 모두 경황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기일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2주가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생일이 돌아다. 참고로 우리는 생일을 음력으로 지낸다. 아빠가 생일은 음력으로 해야 제 날 찾는 거라고 했다고 했다. 학교를 다닐 때보다 회사를 다니는 요즘이 오히려 생일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연배가 있으신 분들도 생일은 모두 다 양력이다. 나만 요상한 젊은이가 되었다.



아빠 기일은 오기 전부터 지나가고 나서도 한참이 아프고 힘들다. 그 옛날에 왜 3년상을 치렀는지 알 것도 같다. 그 시간들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지려나. 챙기지 않는 생일과 슬픈 생일은 너무도 달랐다.


인스에서 누군가 생일이라 카톡 프사를 바꿨다올린 그림이 있었다. 덕분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 떠들썩하게 알려보자. 생일이 슬프지 않도록.


이르지만 생일 전 날 늦은 저녁부터 프사를 바꿨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곤히 잠들 것 같아서였다. 재미있다며 저장했다가 생일에 프사로 해야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진 덕분에 생일임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도 축하를 받았다. 소소하게 즐거웠다. 덕분에 자기애가 강한 사람도 되었다가 음력 생일 챙기는 으르신도 되었다가 매우 재미졌다.


엄마와 동생은 새벽부터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사진 덕분일까 궁금했지만 묻진 않았다. 아무렴 어때. 축하받았으니 되었다. 아이들을 낳고 보니 생일은 축하받기보다 감사해야 하는 날이다. 열 달건강하게 품었다가 아주고 사람 될 동안 길러준 엄마에게 아빠에게 말이다.



아이들과 하루 오롯이 함께 한 날이었다. 평범한 하루여서 감사한 하루였다. 크다가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여섯 번을 해주고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려 애쓰는 아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울고 웃기를 반복했던 작다도 예쁘게 웃어주고 엄마 그려줘서 고맙다. 여름방학에 맞춰 휴가 쓰려고 부단히 애써준 우리 남편님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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