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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ul 31. 2022

하마터면 남편 없이 휴가를

어린이집 여름방학에 맞춘 선택지 없는 휴가였다. 남편이 휴가를 같이 못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이달 초에 매우 바쁜 팀으로 옮겼는데 하필 마지막 주에 사장님 보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휴가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쯤에서야 같이 갈 수 있다고 확답을 해줬다. 다 같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남편은 부단히 노력했다. 주52시간 근무인 요즘 같은 세상에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퇴근하는 날도 있었다. 보고는 미뤄졌지만 할 일이 있었던 남편은 휴가 첫날에는 출근을 했다. 하여 아이들과 오롯이 홀로 보냈다.


남편 휴가가 불확실했어도 계획은 세워야 했다. 곤지암 리조트 신청도 해놓고 아이들이 이따금씩 다시 가고 싶다던 키즈 펜션도 예약했다. 평일에 해야 하는 영유아 검진과 계속 걱정해오던 크다의 심장초음파 추적 검사를 시작으로 일정을 세웠다. 병원 검사는 어찌어찌 다녀온다 해도 혼자서 아이 둘과의 여행, 그것도 2박 3일과 1박 2일이 연달아 있는 일정은 솔직히 겁이 났다. 물론 할 수는 있다. 다신 이렇게 여행오나 봐라 할까 두려웠던 거였다. 아이들에게 방학이 즐겁고 행복했으면 했다.


엄마한테 같이 가자고 해볼까. 물론 간다고 하시지 않을 거다. 지금까지의 엄마를 미루어보아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 어머님께 말씀드려볼까. 몇 번이고 생각해봐도 남편 없이 어머님과 가는 여행은 가장 마지막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신식이시지만 그래도 어머님은 어머님이니. 처음이라 그럴까. 나중에 기회 되면 모시고 가볼까 싶다. 물론 준비가 되면 말이다. 마음의 준비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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