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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Jan 27. 2023

흔들리는 유치 속에서

다다는 일어나자마자 패드를 보겠다고 했다. 한참 신나게 보는 듯해서 선수를 쳤다. "사과 먹을래?"


어쩌다 보니 오늘은 아침에 집에 있는 날이었고 이런 날이라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먹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우리 다다는 매우 건강하지만.


등원을 준비하는 아침에는 여유가 없다 보니 아이들 입맛대로 골라 먹게 둔다. 그러다 보니 과자를 먹는 날이 많다. 예상했던 결과다. 물론 요일을 정해두고 시리얼이나 누룽지, 과일 등을 먹기도 하지만 과자가 압승인 것은 어쩔 수 없 사실이다.


휴직을 했을 때는 아침마다 밥을 꼬박꼬박 해서 먹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재밌는 사실은 어린이집에서 오전 간식을 줬다는 거다. 심지어 죽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기를 쓰고 아침을 먹여 보냈다. 엄마가 삼시세끼 다 해주셨던 영향이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하원을 할 때 오죽을 얼마나 잘 먹었는지 들을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오늘 아침은 사과다. 신나게 깎아서 가지고 오니 작다는 배시시 웃으며 "사과 다 먹고오 고래밥 머굴래요"라고 말한다. 그러자고 했다. 사과를 먹고 자를 먹겠다는데 안 된다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둘째 작다도 이제는 엄마랑 협상을 할 줄 안다.



"엄마, 사과를 베어 먹을 때마다 이가 아파"

한참 사과를 먹다가 첫째 크다가 말했다.


'이가 왜 아프지?'

'아이잇몸이 약할 수 있나?'

'양치를 더 잘하라고 해야 하나?'


여러 생각이 한 번에 들었지만 잔소리하기 싫어서 그저 "꼭꼭 씹어먹자"라고만 했다.


가만히 듣던 작다가 말했다.

"엄마! 저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가 안 빠져요!"

언니가 한 마디 하면 저도 한 마디 해야겠나 보다.




"이가 흔들려요!"

사과를 먹던 크다가 다시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었는데 또 이가 빠지려나보다. 벌써 네 번째다. 아이는 신경 쓰이는지 이리저리 만져봤다.


"일단 어금니로 씹는 게 좋겠다. 어린이집에서 이가 빠지면 삼키지 말고 휴지에 잘 싸서 집에 가져오고 혹시 피가 나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알겠지?"


'삼키면 안 된다'는 말에 "이는 딱딱해서 저는 금방 알아요!"라고 했다가 곱씹어보니 걱정이 되었는지 삼키면 어쩌냐고 이내 걱정스럽게 물었다. 크다가 말한 대로 금방 알아챌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했던 이었는데 민하고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말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아이에게 엄마의 말 한마디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말을 하고 듣는다.

그 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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