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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Feb 02. 2023

아이가 팔이 아프다고 했다

하원하면서 들른 편의점에서 크다는 풍선을 들며 "전에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지요?"란다. 저녁엔 풍선 가지고 신나게 놀겠구나 싶었다. 아이는 양손 가득 과자와 함께 풍선을 들고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엄마, 팔이 아파요.”

저녁을 먹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오른쪽 팔이 접히는 부위를 다른 손으로 가리켰다. 놀다가 부딪혔나 싶어서 물었다.


풍선 치기를 하다가 팔을 내렸는데 그때부터 팔이 아파서 접을 수가 없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놀던 작다가 갑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는데 크다가 속상했는지 한숨을 쉬며 팔을 내렸던 모양이다. 갑자기 팔을 내리면서 근육이 놀랬던 것 같다.


엄살을 부리지 않던 아이인데

"팔이 너무 아파."

"팔에 깁스해야 할 것 같아."

"엑스레이 찍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계속 말하는데 도 못하겠고..ㅋㅋㅋ



파스를 붙여줄까 싶다가 아이한테는 독할 것 같아서 밴드에 후시딘을 발라서 붙여줬다. 사실 플라세보 효과를 기대했다. 아이들에게 밴드는 만병통치약이니까.


저녁 먹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이는 팔을 접지 못하고 계속 아프다고 했다. 팔을 주물러 주면 좀 나을까 싶어서 아이 옆에 앉았다. 한참을 주물렀다. 허리가 저릿저릿 아팠다. 아이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이때다 싶어서 얼른 씻으려고 서둘러 움직였다. 다 씻고 나오려는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화들짝 놀래서 보니 둘째 작다였다. "엄마, 테이프 어디 있어요?" 아이 손에 하얀 거즈가 들려 있었다. 약상자에서 꺼낸 모양이다. 아이고야, 삐뽀핑이 나타났다. 언니가 아프다니까 거즈로 깁스처럼 감아주려고 했나 보다.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었다.


생각은 기특했지만 약상자에서는 밴드만 꺼내자고 했다. 삐뽀핑은 엄마랑 같이 있을 때 하자고 했다.

사건의 발단, 알록달록 풍선들


자고 일어난 크다는 평소와 같이 잘 움직였다. 팔이 아팠다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 등원하려고 나선 크다에게 이제 팔은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팔을 이래저래 돌려봤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물어보니 아차 싶었나 보다. 앞으로 풍선 치기 같은 놀이는 준비 운동을 하자고 했더니 알겠다면서 손으로 옆구리 체조하는 흉내를 낸다..ㅋㅋㅋㅋ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다.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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