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고 이틀 정도 되었을 때였다. 자려고 누웠는데 허리가 아팠다.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며 남편과 아이들이 뛰어 왔다. 눈물이 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통증이 줄어들긴 했다. 파스를 붙였고 찜질을 했다.
무리했다 싶으면 어김없이 허리가 아팠다. 벌써 몇 년 째라 익숙하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파스 붙이고 찜질을 하면 나아졌었다.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눈물도 났지만 여느 때와 같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병원에 갔다. 담당 원장님이 휴진이라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봤다. 무리하지 말고 약 먹으면서 물리치료를 받아보자고 하셨는데 시일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 비명은 무시하면 안 됐던 거였나 보다.
통증이 나흘을 넘어섰다.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다시 갔다. 담당 원장님은 최근 엑스레이와비교하면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3년 전에 비해 간격이 좁아졌다고 하셨다.정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정밀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입원을 했다.
채혈을 하고 소변 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했다. 안내받은 병실 침대에 앉았다. 정밀 검사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말소리가 들렸다.
"젊은 사람이 병원에는 왜 와?"
옆 침대에 계시던 할머니였다.나한테 하신 말씀이신가 싶었는데 맞은편에 어깨 수술을 한 듯한 다른 분이 서 계셨다. 동년배는 아니었지만 할머니 입장에서 젊은 사람임은 분명했다. 조용히 커튼을 쳤다.
점심이 나왔다. 식사를 가져다주시는 분께서 수술하는지, 어떤 검사가 남았는지 물으셨다. MRI 검사만 남았고 (금식 얘기는 없었으니까)밥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내 여기저기서 메아리쳤다.
"MRI는 밥 먹어도 되네."
"MRI는 밥을 먹어도 되나 봐."
병실에 같이 계시던 할머니들이 듣고 계셨나 보다.
MRI 검사를 했다. 누우라더니 헤드폰을 씌우고 크고 하얀 통 안으로 들어가졌다. 다양한 굉음이 계속 이어졌다. 이명이 왔을 때 들리는 소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