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모진 엄마라서 미안해
크다는 오늘 엄마랑 씻고 싶었다. 일이 끝나지 않았고 잠깐 짬을 내서 저쪽 화장실에서 씻자고 했더니 이쪽 화장실에서 씻고 싶단다. (이쪽 화장실은 작다가 씻는 중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따가 동동할머니(하원해주시는 이모님)랑 씻어야 한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얘기를 마친 후 방에서 다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작다가 씻고 나온 뒤었는데 크다가 엄마랑 씻겠다며 동동할머니랑은 안 씻겠다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써 무시하고 일에 집중해본다. 전에도 동동할머니가 잘 설득해서 씻겨주셨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씻지도 않고 밥도 안 먹고 입이 엄청 나와서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모양이다. 일하면서도 들리는 얘기로 상황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크다에게 갔다.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배고파? 안 고파?"
계속되는 물음에 대답은커녕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토라지면 꼭 나처럼 행동해서 참 답답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실랑이하는 중에 회사에서 전화는 계속 온다. 되도록 화내지 않고 소리 높이지 않고 계속 크다와 이야기하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크다는 계속 울기만 한다. 화를 낼 것 같아서 우는 크다 앞에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었다.
결국 우는 크다를 두고 다시 일하러 자리로 돌아왔다. 크다가 울다 멈추다 울다 멈추다 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모른 척했다. 한참 뒤에 동동할머니가 어르고 달래서 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주셔서 크다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셨다.
순간 조용해서 뒤를 보니 거실에서 작다가 누워서 기저귀를 낑낑대며 갈아입고 있다. 스스로 기저귀 바꾸는 모습에 놀랐다. 도와주려고 갔는데 냄새가 이상하다. 끙아를 한 모양이다. 옆을 보니 응가가 묻은 기저귀가 있다. 끙아가 묻어서 기저귀가 불편했고 그래서 혼자 바꾸려고 했나 보다 싶었다.
기저귀를 치우고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갔더니 변기에 끙아가 있었다. 작다가 기저귀에 끙아를 하고 변기에 버리고 누워서 기저귀를 바꾸려던 거였다.
눈물이 났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크다는 대차게 울리고 작다는 작다 눈치껏 똥기저귀를 혼자 치우게 만들었다. 참 못난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