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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Mar 09. 2023

다시 정밀검사를 하자고요?

디스크 이야기 #16

 하체가 계속 저리고 골반도 아팠다. 전에는 없었던 증상들이 생겼다. 둘러 퇴근해 병원으로 향했다. 출근 재개 후 이틀 만에 조기 퇴근이라 마음은 편치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병원 마감 전에 도착해야 했다. 네이버 지도로 길을 찾았다. 아는 길로 가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서였다. 너무 믿었나. 지하철 도착 시간부터 삐그덕거렸다.

병원까지 가는 길이 참 멀고도 험했다.




병원 마감 전에 도착했다. 진땀이 났다. 예약을 해두어서 진료과로 바로 향했다.

"박쓰담님이시죠?"

진료실 앞에 있던 간호사분이 말했다.

"네, 맞아요. 근데 예약이 저만 있나요?"

(여기는 보통 이름을 묻지 먼저 불러주지 않는다.)


"네?" 간호사분이 되물었다.

"오자마자 이름을 불러주시길래요."

내가 답하자 간호사분은 옅게 웃으셨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어서 가방이라도 내려놨다. 짐이라도 없으니 한결 낫다.

그래, 너라도 앉아있어라



진료실에 들어섰다. 출근을 재개하기 전에 봤던 진료에서는 이제 신경치료, 물리치료, 약물치료 모두 중단하고 도수치료를 해보자고 했었었다. 그날에 바로 도수치료 예약도 잡아놓고 집에 갔었더랬다. 어제부터 하체가 다 저려서 앉지도 서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왼쪽 다리가 저리긴 했어도 전에 없던 증상이 하루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 선생님은 황급히 MRI를 다시 찍어보자고 했다.


진료실 앞에서 간호사 선생님은 병원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검사를 하더라도 결과는 오늘 듣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일단 오늘 검사라도 하기로 했다. 다음 날이 휴진이라 서둘러서 왔는데 허사였까.




지하에서 검사를 했다. 전보다 검사 시간은 줄었다. 헤드폰을 쓰고 하얀 통에 갇혀 꼼짝도 못 하는 시간이 싫다. 굉음이 나올 때마다 음악도 묻힌다. 허리가 많이 아프면 꼼짝없이 누워있는 것도 곤욕이다. 통에 들어올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난다. 보고 싶다.


예정되었던 검사 시간보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쳤다. 혹시나 결과를 오늘 들을 수 있는지 진료실에 가보려던 참에 검사를 해주신 선생님이 집에 가면 된다고 했다. 상황을 들으시고는 대신 확인해 주겠다며 전화를 넣어주셨다. 결과를 들으러 오란다.



지난번이랑 비슷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아프다는데 사진에는 안 나오면 그러신다. MRI로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도수치료 안 되겠고 (시작도 안 했지만) 다시 약 먹으면서 물리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답답했다.


수납을 하려고 원무과로 갔다. 순서를 기다리며 남편에게 포풍 카톡을 했다. 남편은 일단 치료를 해보고 했다. 필요하면 휴직도 고려해 보자고 했다. 회사에도 연락을 했다. 팀장님은 몸이 먼저라며 몸과 마음이 편한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박 쓰담-님?"

번호표를 내밀자 직원분이 이름을 부르며 의아하다는 듯 끝에 름 뒤에 물음표를 붙였다. 무과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묻지 않고 접수주시던 분이다.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그만두셨나 했는데 일하는 시간대를 바꾼 거였나 보다. (보통은 원무과에 번호표를 내밀면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는다.)




다시 물리치료실에 누웠다. 정밀검사를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증상에 대한 답을 아무것도 얻지 못해서 더 허탈했다... 저는 그럼 대체 왜 아픈 거죠?

당분간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물리치료실 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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