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을 육아휴직으로 일단 막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학교 가는 시기까지 생각해야 했다. 당장 어쩔 수 없어서 당겨 쓰는 카드지만 본래의 목적이 있는 휴직이기 때문이다. 크다가 입학하는 해는 괜찮을 것 같은데 작다가 입학하는 해는 생각을 해봐야겠다. 작다가 입학하고 여름 방학까지 있을 수 있으면 했는데 이제는 반 학기도 보장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입학하고 두어 달 정도면 적응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동네 언니의 말이 위안이 되었다.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휴직에 대한 아이들과 남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엄마가 휴직을 하면 생활이 어떻게 바뀌는지 남편이 아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휴직이 무언지 어렴풋이 이해는 한 것 같았다. 크다는 찬성이었고 작다는 반대였다.
"원장님이 세뱃돈보다 덕담이 좋은 거라고 하셨어요."
곰곰이 생각하던 크다가 얘기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몇 달 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고민도 털어놓았다. "몸이 쉬자는 거야. 쉼 없이 내내 달렸잖아."라는 친구의 말에 순간 울컥했다. 어쩌면 상황이 비슷한 우리 둘을 위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이사도 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비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무급 휴직의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그럼에도 일단은 몸이 우선이니까. 해봐야겠다,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