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일지도 모른다
퇴사하러 가는 중입니다
연말에 터진 이슈로 연초부터 본부장님 보고를 한다고 난리, 또 난리였다. 내가 직접 보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유관부서이기 때문에 덩달아 늦게까지 일을 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늦게까지 일한 날은 어김없이 그랬다. 그런데 그날은 계속 눈물이 났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이제는 그만둬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나니 서운함과 속상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또 한참을 울었다.
출근하자마자 팀장님과 사전 리뷰를 마치고 정식 보고에 정신없이 들어갔다. 나쁘지 않게 잘 마쳤다.
언제 말씀드려야 하지, 고민하던 차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리가 있는데 생각 있느냐고. 일이 힘들어서 옮겨야겠다고 했던 생각이 아직 유효하냐고.
하늘에서 한 번 더 해보라고 기회를 준 것 같았다. 비슷한 듯했지만 결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동아줄을 잡아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났다. 지금은 이동시기를 협의하는 중이다. 사실 올해 팀장님이 새로 오시면서 아주 잠깐은 여기서 일을 더 해볼까도 고민했었지만 마음은 결국 바뀌진 않았다.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동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팀장님과의 면담이었다. 죄송한 마음이 고개를 들었으나 애써 누르며 담담하게 말씀드렸다.
여지껏 회사에서의 시간 중에 가장 용감했고 대범했고 확고했다. 제안을 받은 것도, 쉽진 않았지만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것도, 그저 모두 감사하다.
퇴사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던 날에 남편이 내게 말했다. 결정이 안 나도 되고, 결정이 어떻게 나도 좋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했다.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다른 길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
이동하기 전까지 마음이 편하진 않겠지만 여기에서의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