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Feb 02. 2022

아빠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롯이 나를 위한 말이었다.

아빠가 그랬다. 나한테 왜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병원에서는 매번 괜찮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사실은 병원에서는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라고 말해줬다는 거다.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는 거였다. 그렇다고 아빠가 느꼈을 고통의 크기가 줄어들진 않았을 건데, 대체 누구 입장에서 "괜찮다"는 것이었을까.


아빠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잠도 잘 못 주무셨고 드시는 것도 매번 몇 숟가락을 넘기기 힘들어하셨었다. 그렇다 보니 체력적으로 점점 더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였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병원에 동행하고 어쩌다 한 번 전화해서 어떠시냐고 물어보는 것 밖에는.

'엄마의 첫 심리 공부'중에서

어쩌면 아빠는 이런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빠에 대한 공감, 그러나 아빠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힘들다는 아빠에게 우리는 모두 그저 힘내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었다. 부정이라는 놈이 조금이라도 틈타면 그저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날까 봐 몹시도 겁이 났었다. 아빠의 마음을 조금만 더 어루만져드렸더라면 아빠는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저도 나이가 드나 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