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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쓰담 Aug 12. 2023

무릎 꿇을 용기

허리이야기 #21

휴직을 한 지 세 달이 다 되어간다. 생활에 적응한답시고 지내다가 갑자기 남편 회사일로 매우 바빠. 평일에는 얼굴을 보지 못하는 날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퇴근을 했고 침에 일어나면 이미 출근한 뒤였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아이들도 나도 어느새 적응했다. '되어버렸다'가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주말도 출근해야 하는 위기에 매주 처했지만 다행히 하루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자연스레 육아와 집안일은 오롯이 몫이 되었다. 물론 미처 다하지 못날도 있었다.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지쳤거나 아이들과는 상관없이 그저  체력이 따라주지 는 날이었다. 설거지를 잊어버리기도 했고 아이들 빨래를 개키지 못하기도 했다. 런 날에는 몇 시에 들어왔는지도 모를 남편이 해줬다. 이들을 재우다 그대로 잠들어버린 아내를 위해 피곤한 몸을 애써 뒤로 을 것이다. 고마워.



그래서 그간 쉬이 글을 적지 못했다. 원래도 한 자 한 자 적는 것이 오래 걸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는 있다. 며칠에 걸쳐 적다저장하고 다시 적다가 저장하고를 반복하다 발행을 다. 지금도 저장한 상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적지는 않다. 그러다 시일을 놓치기도 했다. 꽤 지난 뒤에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숨을 돌린 이제다시 조금씩 적을 수 있게 되었다. 남편 회일은 아이들 여름 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는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목이 부었고 컹컹거리는 기침도 했다. 그러면서 열도 무섭게 났다.  시간마다 열을 재고 해열제를 먹여야만 했던 밤도 있었다. 여전히 사나흘에 한 번씩은 소아과에 다녀와야 하지만 열이라도 떨어졌으니 다행이다. 정신 차리고 보니 그동안 소소하게 잡혔던 루틴들이 깨졌다. 이제 다시 하나씩 세워보려 한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면 무릎 꿇을 용기가 생겼. 허리가 아파서 동안은 바닥을 닦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다가 흘려도 애써 무시하며 대충 치워야 했. 간간이 하던 베란다 바닥 청소당연히 엄두나지 않았다. 먼지 쌓여가는 게 보였지만 못 본 척했다.  번씩 올라오는 청소요청을 꾹꾹 눌러냈다. 러다 다시 무릎을 꿇을 수 있게 됐다. 언제부터였더라. 휴직하고 오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란다 청소를 할 수 있다니. 무려 바닥을 닦다니. 금은 감격스러웠다. 그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잘 버텨냈고 잘 이겨내고 있다 싶었다.


아파서 이 터져 나왔었는데. 어기적 걸어 다녔었는데.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완전히 낫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이렇게 일상을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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