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다음 주 퇴사한다

D-6

by 박쓰담

남은 날을 매일같이 기록하겠다는 건 욕심이었나 보다. 정신없이 며칠이 지났다.

어제서야 퇴직 버튼을 눌렀고, 차례대로 결재가 떨어지고 있다. 오늘부터는 프린터도 안 되고, 사외로 메일 발송도 되지 않고, 지사로 세트 보내는 것도 안 된다. 일을 하려는 게 오히려 일을 만드는 상황이 되다 보니 이제는 일을 슬슬 놓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회사 밖에서도 핸드폰으로 어플을 켜면 메일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회사가 나와 선을 긋는 느낌이다. 너는 이제 갈 사람이니 회사와 관련된 것들에서 이제 물러나라고.


새로운 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걱정. 그러면서도 내가 여기를 그만두기는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공존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야 실감이 좀 난다.


어제까지는 축하한다, 잘됐다고 인사해주던 사람들이 오늘은 생기 있어 보인다며 좋아 보인단다. 내가 그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퇴사하고 입사하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다. 물론 10년 근속 포상휴가와 올해 남은 내 작고 작은 연차(3월이지만 남은 휴가가 한 손에 꼽힌다)를 붙여서 만든 기회다. 더없이 잘 보내고 싶은데 아직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정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얼 하고 싶은지 이따금씩 물어보기만 할 뿐.


시간은 간다. 참 야속하면서도 고맙기도 하다.

셔틀버스 타러 걸어가는 길에 부는 바람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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