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계세요

퇴사하는 날

by 박쓰담

오지 않을 것 같더니 퇴사하는 날이 결국 오기는 했다.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보내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셋이 복작복작 시간을 보냈다.


출근하자마자 노트북을 반납하러 내려가려다 아차, 퇴직인사 메일을 보내지 않았음을 깨닫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적어두었던 메일을 꺼내서 보냈다. 메일 송부하기 전에 한 번은 더 고쳐 적고 싶었는데 그냥 보내버렸다.


노트북을 반납하니 한 시간 정도 뒤에는 퇴직원 발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퇴직 메일을 보고 연락을 주신 분들께 답을 하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건네주신 인사 덕분에 회사생활을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 싶어서 마음이 가득 찼다.


팀원들하고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업무 얘기 조금 하다 보니 한 시간 반 정도가 훌쩍 지나버렸다. 퇴직원 처리를 먼저 하고 올라와서 업무 얘기를 했으면 시간적으로 훨씬 나았을 거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대체 왜!) 그게 아니었다면 점심 먹고 바로 퇴근할 수도 있었을 거다. 어찌 됐든 관련부서는 점심시간이라 이미 문을 닫았다.


퇴직원을 들고 동기랑 점심을 나가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면서 처리를 해버릴 심산이었다. 동기랑은 일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게 있어서 조금은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냥 서로 사는 얘기만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회사에서의 마지막 점심이 그렇게 사는 얘기로 채워졌다.


사원증 반납, 퇴직원 제출을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할 일이 모두 끝났다.


자리로 돌아와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팀장님은 다시 돌아오는 프로세스 알아보라며 웃어주셨다. 엊그제는 일하는 내게 "이제 정리해. 할 만큼 했어."라고 말씀해주셨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


마지막 출근이었다. 20대 중반에 와서 30대 중반이 돼서야 안녕을 고했다. 퇴사하려고 했던 날에 거짓말처럼 기회가 주어졌다.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시작.

안녕, 고맙고 즐거웠어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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